고강도 규제에 사라진 가상화폐 '김치 프리미엄'…글로벌 동조화 나타나나

비트코인, 심리적 지지선 무너져..방향성 잃은 시장
"가상화폐 실명제 이후 유동성 공급 제한적..실망매물 출회"
  • 등록 2018-01-31 오후 4:56:47

    수정 2018-01-31 오후 4:56:47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비트코인이 장중 한 때 1000만원 수준까지 떨어지는 등 가상화폐 시장이 냉각되고 있다. 우리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 이어 미국에서 가상화폐 공개(ICO)와 거래소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소식에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한때 30%에 육박했던 김치 프리미엄이 5%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가상화폐 시장에서도 글로벌 동조화가 나타나고 있다.

31일 오후 4시 37분 현재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 거래일보다 116만6000원(-9.31%) 내린 1134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오전 한때 1200만원 부근까지 올라섰던 비트코인은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1050만원 부근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추세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1만241.8달러(1093만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한때 1만 달러 아래로 무너지기도 했다. 한국거래소와 해외거래소의 가격 차이인 소위 김치 프리미엄이 5.3%까지 줄어들면서 글로벌 동조화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더리움 또한 빗썸에서 전날보다 10만 3000원(-7.79%) 내린 121만 9000원을 기록중이다. 코인마켓캡에서 1102.59달러(117만원)를 기록하면서 김치 프리미엄이 5.6% 수준까지 떨어졌다.

리플, 비트코인 캐시, 비트코인 골드, 라이트코인, 이오스 등 대부분 알트코인들도 두 자릿수대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에서 악재가 이어지면서 심리적 지지선이던 1만달러선이 무너지면서 비트코인 가치는 올들어서만 1278억달러(원화 137조원) 가량 사라진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가상화폐 계좌 실명제 전환 이후에도 신규 투자자들의 진입이 어려워지면서 추가 유동성 공급이 제한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비트피넥스(Bitfinex)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비트피넥스는 가상화폐 거래시 미 달러화 대신 테더가 발행한 코인을 사용하고 있는데 실제 달러화를 보유하고 있는지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텍사스에 있는 어라이즈뱅크가 가상화폐 공개(ICO)를 통해 모은 6억 달러(6419억원)를 동결하고 추가 자금조달을 막는 조치를 취했다. 어라이즈뱅크는 지난해 ICO를 하면서 SEC에 등록하지 않은 것은 물론 은행 매입이나 비자카드 제휴 등과 같은 허위 사실을 투자자들에게 알려 사기 혐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페이스북도 이날 비트코인과 ICO 등을 포함한 가상화폐 관련 광고를 전면 금지했다.

상황이 이렇자 투자자들 사이에선 일단 팔고 보자는 심리가 강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각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규제에 동조하고 나서면서 당분간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점도 추가 조정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박녹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에 하락추세가 이어지고 있는데 시장을 들어올릴 만한 트리거가 없다”면서 “가상화폐 실명제가 시행됐지만 가격 상승이 나타나지 않아 실망매물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의 방향성이 사라지면서 김치 프리미엄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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