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부가 서울·부산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재지정평가에서 탈락한 한양대부속고 등 9개교에 대한 지정을 취소하고 자발적 일반고 전환 신청한 서울 경문고의 요청을 받아들인 2일 오후 서울 성북구 한대부고에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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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올해 재지정에서 탈락한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 8곳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향후 법정 공방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앞으로의 소송 전에서는 자사고 평가지표와 지정취소 절차의 적법성·예측가능성 등이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12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재지정이 취소된 자사고와 교육 당국 간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지정취소 통보를 받은 경희고·배재고·세화고·숭문고·신일고·이대부고·중앙고·한대부고 등 자사고 8곳은 지난 8일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학생 피해방지 위해 가처분 인용할 듯법조계에서는 일단 가처분신청은 인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학교와 학생들이 되돌리기 어려운 피해를 볼 수 있어서다. 올해 자사고 13곳 중 8곳을 탈락시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법원이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올해 재지정 탈락 학교들은 당분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올해 고입에서도 자사고 전형으로 신입생을 뽑을 수 있다.
자사고와 교육 당국 간 법정다툼의 쟁점은 신뢰보호의 원칙과 적법성이다. 올해 재지정 평가지표를 예측할 수 있었는지, 즉 신뢰보호의 원칙을 위반하지 않았는지가 관건이다. 자사고들은 교육청 재지정 평가의 합격 기준이 2014년 1주기 평가 때보다 10점이나 높아졌고 자사고에 불리한 평가지표는 비중이 커진 반면 유리한 지표는 축소됐다고 주장한다. 자사고공동체연합회는 “이렇게 변경된 지표가 지난해 말에야 각 학교에 통지돼 학교들이 평가지표를 사전 예측할 수 없었다”며 “예상할 수 없었던 지표를 평가기준으로 삼았기에 정당한 신뢰를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재량권 남용 등 평가 적법했는지도 관건
반면 교육부는 서울교육청의 자사고 평가지표 32개 중 2개만 올해 신설됐고 나머지는 2014년과 유사한 지표라 자사고 측이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고 반박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대부분의 평가지표가 2014년 1주기 때와 유사해 학교 측에서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며 “서면·현장평가, 평가결과 통보, 청문, 교육부 동의신청 등도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했다.
재지정 평가과정이 적법했는지도 쟁점이다. 상산고처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위반, 교육감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판단되면 자사고가 승소할 수 있다. 전북교육청은 사회통합전형 선발이 상산고의 의무사항이 아님에도 이를 평가에 반영, 상산고를 탈락시켰지만 교육부는 지난달 26일 최종 심의를 통해 이를 뒤집었다.
남준석 변호사(법률사무소 성유)는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절차와 평가과정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규정한 처분 요건에 부합하는지가 쟁점”이라며 “또 교육감은 지정목적 달성이 불가능한 자사고를 지정취소할 수 있는데 어떤 경우 이를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원 판단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