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박사' 검거에 여성단체 "남성들, 공범 되지 말라"

경찰, 17일 텔레그램 n번방 '박사' 검거
여성단체 "방조도 공범…강력히 처벌해야"
n번방 사건 가해자 26만명 추정
  • 등록 2020-03-18 오후 4:48:45

    수정 2020-03-18 오후 4:48:45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성년자 여성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을 만들게 한 뒤 이를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이른바 ‘n번방’ 사건의 핵심 인물인 ‘박사’가 경찰에 붙잡히자 여성단체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텔레그램 성착취에 대한 20만 여성의 분노에 경찰이 끝까지 추적해 잡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18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 전국연대 등 22개 단체로 구성된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는 성명문을 통해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성착취 가해자들을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대위는 “지인의 얼굴을 음란물과 합성해 유포하고 해킹한 개인정보로 협박해 성노예화하는 등 일반 남성들이 소비와 유포, 제작을 넘나들고 있다”며 “이들이 계속 새로운 방식의 성착취를 할 수 있는 것은 제대로 된 처벌이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성착취 카르텔을 끊는 첫걸음은 n번방 핵심 운영자인 닉네임 ‘박사’와 이에 동참한 공범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제대로 된 처벌”이라며 “남성들은 성착취 카르텔의 공범이 되지 말라”고 촉구했다.

지난 17일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n번방을 운영한 혐의를 받는 유력 피의자 4명을 검거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핵심 운영자인 20대 남성 ‘박사’도 포함돼 있다. 경찰은 18일 그에게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사’는 고액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미성년자 등을 유인해 성착취 영상을 받은 뒤 텔레그램에서 대화방을 만들어 입장료를 받고 유포해 수익을 얻은 혐의를 받는다.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암호화폐 등으로 이런 영상들을 결제한 남성 가해자들이 2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사’는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경찰은 정황상 그가 n번방 핵심 운영 인물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18일 새벽 조사를 마치고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됐다 자해를 시도해 병원에 이송됐으나 가벼운 찰과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이버범죄의 특성상 도명, 차명, 가명이 있을 수 있어 면밀하게 조사해 범행 경위와 공범 여부, 범죄 수익 관리 등에 대해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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