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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진화위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야당은 회의 시작 직후부터 마스크와 큰 안경을 쓰고 나온 황인구 진화위 조사1국장에게 마스크를 벗을 것을 강력 요구했다.
국정원 대공수사처장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진화위에 임용된 황 국장은 그동안 야당과 시민사회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은 인물이다. 국가폭력의 피해자를 구제하는 조직은 진화위에서 일부 피해자에게 국가폭력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으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되기도 했다.
평상시 안경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황 국장은 지난 6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불려 나왔지만 안경과 마스크로 얼굴을 꽁꽁 가린 채 출석했다. 그는 “마스크를 벗어라”는 신정훈 행안위원장 등 야당 의원들의 요구에도 이를 거부했다. 이후에도 행안위에 출석 때마다 같은 모습을 반복했다.
황 국장은 마스크를 벗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전 직장인 국정원에서 28년간 매국노를 찾아내고 처벌하는 일에 매진했다. 진실을 발견하는 데 있어서 대한민국 어떤 누구보다도 자신 있다 생각한다”며 “수미 테리라는 분이 미국에서 FBI에 체포됐다. 제가 불이익당하지 않고 대한민국을 위해서 도움 주신 분들에게 피해 가지 않기 위해 국회 차원의 조치가 약속된다면 언제든 벗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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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의원도 황당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인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원법 어디를 보더라도 퇴직한 이후에 근무기간 중 취득한 정보를 누설하면 안 된다고 돼 있지만, (얼굴 공개 거부는) 대단히 납득이 안된다”며 “이 자리는 국가 안보와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이 이후 다시 황 국장을 회의장으로 불러들여 국감장 밖에서 안경과 마스크를 벗은 사진을 제시하고 이성권 의원의 지적을 전하며 재차 마스크를 벗어달라고 요구했지만 황 국장은 끝내 마스크와 안경 벗기를 거부했다. 야당 의원들은 “아주 국회를 엿 먹이려고 하고 있다”고 강력 반발했다.
이에 신 위원장이 “특정한 목적을 가진 사람이 본인 전력을 파악할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냐”고 물었지만, 황 국장은 “전혀 아니다. 저를 위한 게 아니라 저를 도와주신 분들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신 위원장은 다시 황 국장을 퇴장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