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테러방지법 악용시 저부터 앞장서 싸울 것”

2일 본회의 모두 발언 “테러방지법 무제한 감청 허용법안 아니다 ”
  • 등록 2016-03-02 오후 11:21:34

    수정 2016-03-02 오후 11:33:14

정의화 국회의장이 2일 오후 본회의가 속개된 뒤 신상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정의화 국회의장은 2일 “테러방지법이 악용된다면 저부터 앞장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 앞서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이에 따른 필리버스터 정국에 대한 소회를 이야기하던 중 이같이 밝혔다 .

정 의장은 “필리버스터에서 많은 의원들이 이 법에 대해 무제한 감청을 허용하는 법안이라 주장했지만 사실과 다른 주장”라면서 “통신기밀보호법의 절차에 따라 테러 혐의자라는 근거를 입증해야 수석부장판사의 허가를 얻어 감청할 수 있다. 누구를 감청했는지는 공식기록으로 고스란히 남고 국정감사 등을 통해 사후에도 얼마든지 확인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 의장의 본회의 모두 발언은 야당 의원들이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항의하면서 마무리되지 못했다. 국회 대변인실은 테러방지법 처리 이후 정 의장이 모두발언 자료를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했다.

다음은 정의화 국회의장 본회의 모두발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먼저 작금의 국회 상황으로 걱정을 끼쳐드려

국회의장으로서 대단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여야 간 첨예한 대립으로

국회가 국정의 한 축으로서 기능을 제대로 못했다는

국민들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지난 9일 간 한시도 쉬지 않고

밤샘 필리버스터가 이루어졌습니다.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비록 그것이 법에 따른 의사방해 행위라 하더라도

대한민국 의회민주주의 발전에

의미 있는 사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습니다만,

이제 민주주의는 토론을 통해 자란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과거 극단적인 대립이 물리적 충돌로 그 끝을 보았습니다만,

이제는 연단에 서서 국민들을 향해

자신의 주장을 펴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비록 몸은 힘들었고, 시간은 걸렸지만

의회 민주주의에 대해 함께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격정적 토론에 임해주신 야당 의원님들,

꿋꿋이 자리를 지켜주신 여당 의원님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무제한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여야가 타협점을 찾도록 노력했습니다만

성사되지 않아 무척 아쉽고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지난 9일 동안 무제한 토론을 들으면서

저는 마음이 무척 무거웠습니다.

저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이토록 불신의 늪이 깊은가에 대한

걱정과 회의 때문이었습니다.

이 불신의 늪을 벗어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이 이 위기의 시대를

도저히 헤쳐 나갈 수 없겠구나 하는 점을 통감했습니다.

야당의 의심은 국정원이 무제한 감청을 통해

인권을 유린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나 하는

점으로 집약됩니다.

테러방지법이 그렇게 악용된다면 저부터 앞장서 싸울 것입니다.

야당도 스스로 얘기하듯이 테러방지법의 제정에는

여야가 모두 의견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정원의 테러 정보수집과 추적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쟁점이 되었을 뿐입니다.

저는 그동안 이루어진 오랜 여야 협상의 결과

이에 대한 통제 장치는 다각도로 마련되었다고 보았습니다.

필리버스터에서 많은 의원들이 이 법에 대해

무제한 감청을 허용하는 법안이라 주장했지만

사실과 다른 주장입니다.

통신기밀보호법의 절차에 따라

테러 혐의자라는 근거를 입증해야

수석부장판사의 허가를 얻어 감청할 수 있습니다.

누구를 감청했는지는 공식기록으로 고스란히 남게 됩니다.

국정감사 등을 통해 사후에도 얼마든지 확인이 가능합니다.

직권 상정하던 당일

야당이 추적이란 개념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추적의 내용을 사전 사후에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대태러대책위원회에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하도록

제가 조정안을 내어 반영했습니다. 금융정보도 국정원이 독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판사가 포함된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검찰이나 국세청, 관세청 등에서 금융정보를 보는 것과 똑같이

엄격한 절차에 따르는 것입니다.

따라서 테러혐의자가 아닌 사람들의 금융정보를

마구잡이로 본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닙니다.

여야가 합의해서 인권보호관을 둔 것도

국민인권 보호 장치를 이중으로 더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자유와 인권은 우리가 소중하게 지키고 가꾸어야 하지만,

그 자유와 인권을 파괴하려는 자유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되어서 안 됩니다.

반테러는 21세기 문명사회의 보편적 가치입니다.

테러행위에 맞서기 위한 제도와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은

자유와 인권을 지키기 위한 문명국가의 의무입니다.

우리는 자유와 인권을 침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지키기 위해 테러방지법을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 점을 가장 심각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곳은

국정원입니다.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법안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이를 이행하는 기관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면

합리적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국가적 낭비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이번 테러방지법 통과 이후

이 법을 악용한 사례가 하나라도나오면

국정원은 그 존립이유를 잃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자유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뿌리에서부터 흔들게 될 것입니다.

이 점 명심해서 국정원은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혁신과

법 시행과정에서의 철저한 자기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사실 이 테러방지법을 과연 직권상정해야 할 지에 대해

고심하고 또 고심했습니다.

직권상정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제 소신과

부딪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모든 것의 우선입니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으로

온 세계가 북한 봉쇄에 나서고 있고,

북한은 노골적인 테러 위협을 가하며

이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확인되는 마당에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북한이 저지른 아웅산 테러, KAL기 폭파사건의 악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한 IS가 우리나라를 ‘십자군 동맹국’, ‘악마의 연합국’으로

지목하며 테러대상국임으로 공언하고,

실제 국내에 체류했던 다수의 외국인들이

IS에 가담한 것도 외면할 수 없는 엄중한 현실입니다.

세계의 움직임이 보여주듯이 테러는

선제적 예방적 조치가 가장 중요합니다.

국회는 그런 선제적 예방적 조치에 빈틈이 없도록

법률적 토대를 만들어주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 의무를 방기해서 만에 하나라도 테러가 발생한다면,

이유야 어쨌든 그 책임을 국회가 고스란히 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 상황을 직권상정의 요건인

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도 이 점에 대해 법률적 자문을 거쳐 신중하게 판단했습니다.

국가비상사태는 통상 헌법에 규정된 정상적 수단이 아니라

예외적인 수단을 통해서만 제거할 수 있는

국가의 존립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가

심각한 위험에 직면해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는 내부적인 경우와 외부적인 경우로 나뉠 수 있는데

외부적 긴급사태는 전쟁이 발발한 경우에 한정되지 않고

외부로부터 위험의 정도에 따라 긴장의 정도가

고도로 올라가는 상황을 포함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살인, 납치, 유괴, 저격, 약탈 등 테러에 대해서는

사전 모의 단계에서 방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테러의 예비 음모 단계에서 정보 수집을 강화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핵심인 것입니다.

철저한 대비를 위해 외국의 테러단체와

북한에 의한 구체적인 테러 위협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노출되어 있는 현 상태를

비상사태로 간주하는 것이 결코 문제가 될 수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물론 직권상정이 아니라 여야 합의가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그동안의 숱한 중재를 통해

의견 접근을 이루었습니다만,

이 법안뿐 아니라 다른 쟁점 법안까지 얽혀 있어

결국은 임시국회 마지막까지 여야 합의로

테러방지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테러의 위협은 급증하는데

선제적 체계적 대응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이 폐기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생각할 때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것이 제가 이 법안을 직권 상정한 충심입니다.

아무쪼록 19대 국회 마지막이라도

상식과 합리가 통하는 국회가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국민주권을 빼앗는 선거법 처리지연을 이제는 끝내고,

국민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테러방지법이 의결되고,

국정원은 대국민 신뢰 회복을 위한 혁신 노력을 분명히 밝혀

이 정국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여야 모두가 협조해주시길

의장으로서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4년 전 국회의장 직무대행으로서

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여러분들에게 했던

당부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다음 선거를 생각하지 말고

다음 세대를 생각하시는 정치를 해달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지난 4년 간 그렇게 노력하신 분들은

모두 20대 국회의 새로운 주역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 관련기사 ◀
☞ 테러방지법, 본회의장서도 산고 끝 통과..고성 항의 ‘소동’
☞ 국민의당 “테러방지법, 19대 국회 대표 악법으로 기록될 것”
☞ 테러방지법, 野 퇴장 속 찬성 156명·반대 1명 본회의 통과(종합)
☞ 테러방지법, 野퇴장 속 본회의 통과…찬성 156 반대 1
☞ 정의화,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모두발언에 야당 반발 '소란'(종합)
☞ [전문] 변재일 더민주 의원, 테러방지법 수정안 제안설명
☞ ‘더민주 제출’ 테러방지법 수정안은 어떤 내용?
☞ [전문] 새누리당 테러방지법 오해와 진실 Q&A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김고은 '숏컷 어떤가요?'
  • 청룡 여신들
  • "으아악!"
  • 이즈나, 혼신의 무대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