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설득해야 되는데" 위안부 딜레마에 빠진 외교부(종합)

12.28 위안부 합의 후, '굴욕협상' 비판·반대 여론 확산…진화에 '진땀'
대통령까지 해명 나섰지만 日에서 망언 터져…합의 실효성 논란까지
  • 등록 2016-01-14 오후 5:59:29

    수정 2016-01-14 오후 5:59:29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외교부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지난해 말 한일 정부가 체결한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관련돼서다. 대통령까지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최상의 합의’였다고 평가한 마당에 뒤로 물러서지도,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있다.

윤병세 장관은 이번 위안부 합의에 대해 “현실적 제약속에서 우리측 입장을 최대한 반영시킨 최선의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자평했지만, 피해자와 시민단체들로부터 촉발된 비판·반대 여론은 2주가 넘게 지난 현재까지도 거세다.

그 사이 북한의 4차 핵실험이라는 큰 이슈가 있었고, 박 대통령이 대국민 성명(2015년 12월31일)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1월13일) 등 두차례에 걸쳐 해명과 설득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쉽게 잦아들지 않고 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한·일 정부 합의안에 대한 불만이 얼마나 높은지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를 더 난처하게 하는 것은 합의 당사자인 일본이다. 합의 이후 뒤늦게 피해자 다독이기에 나서 진땀을 빼고 있는 와중에 일본발(發) 위안부 문제 관련 망언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4일 일본의 집권 여당인 자민당 의원 입에서 나온 망언은 한일간 합의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과를 무색하게 하는 수준이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자민당 본부에서 비공개로 열린 자민당 외교경제 협력본부 등의 합동회의에서 사쿠라다 요시타카 전 문부과학성 부대신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직업으로서의 매춘부였다”며 “그것을 희생자인 것처럼 하는 선전공작에 너무 현혹당했다”고 말했다.

사쿠라다는 “매춘방지법이 전후(戰後)에 실시되기 전까지 매춘은 직업의 하나였다”면서 “(군위안부가) 매춘부였다는 것을 말하지 않기 때문에 잘못된 것(사실)이 일본과 한국에 확산되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도 했다.

이는 일본측이 위안부 합의 시 발표한 일본 정부의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이에대해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역사 앞에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일개 국회의원의 무지몽매한 망언에 대해 일일이 대꾸할 일고의 가치도 느끼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어 조 대변인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 팽창 과정에서 강제로 끌려간 여성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전시 성폭력 행위로 중대한 인권침해 사안이라는 것이 국제사회의 공통된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양국 정부의 우려를 반영한 듯 사쿠라다는 오후 늦게 자신의 위안부 발언과 관련한 코멘트에서 “오해를 부른 점이 있었다”며 철회한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 정부도 부랴부랴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당초 “의원 한 명 한 명의 발언에 답하는 것은 삼가겠다”며 원론적 입장을 강조했으나,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는 “정부의 생각, 당의 생각은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자민당원이고 현직 국회의원이라면 그런 점에 입각해 발언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측이 합의 내용과 다른 주장이나 언행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합의 직후 위안부 지원재단에 일본 정부 예산으로 출연하는 것에 대해 “배상은 아니다”며 일본 정부의 법적인 책임을 회피했다. 일본 언론 등을 통해서는 끊임없이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와 위안부 기록의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철회가 이번 합의의 전제조건이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조 대변인은 일본측의 이같은 행보가 한일간 합의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정치인들의 이러한 망언은 계속돼서는 안 될 것”이라면서도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후속조치가 원만히 신속히 착실히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것을 위해서 분위기와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 합의준수에 급급한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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