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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고(故)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의 뒤를 이어 한진해운 경영을 맡았던 최 전 회장은 회사가 존폐위기에 몰린 상황에서도 사익 챙기기에만 급급했다는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아온 끝에 결국 피의자 신분(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지난해 말 기준 5조 6000억원대의 차입금을 안고 있던 한진해운이 지난 4월 22일 이사회에서 결국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신청을 결정하자 바로 전일 공시한 최 전 회장 일가의 ‘보유주식 전량매도’가 큰 논란이 됐다. 최 전 회장이 내부자를 통해 자율협약 신청 정보를 파악해 보유지분을 처분, 손실을 회피했다는 이른바 ‘주식 먹튀’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최 전 회장은 지난 4월 6일부터 20일까지 자신과 장녀(30)·차녀(28) 등이 보유한 총 96만7927주(발행주식 0.39%)의 주식을 총 18회에 걸쳐 약 27억원에 전부 매도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통해 회피한 손실액을 5억~10억원으로 추정했다.
최 전 회장은 그동안 무리한 사업확장과 고가용선료 장기계약 등으로 회사 유동성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최 전 회장은 회사가 위기에 몰리자 2014년 시숙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기기는 했으나 한진해운 몰락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책임이 적지 않다.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 주식매각 의혹은 검찰 조사를 통해 구체적 내용이 이미 드러난 상태다. 검찰은 최 전 회장이 회사의 주식 관리부서 관계자들에게 주가하락이 예상된다는 취지의 보고를 미리 받고 주식을 매도한 정황을 확보했다.
여기에 삼일회계법인과 산업은행 등 회사상황을 잘 알 수 있는 이른바 ‘준내부자’도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한진해운 주채권은행이다. 삼일회계법인은 산업은행 실사기관으로 올해 초 한진해운 예비실사와 컨설팅을 실시했다.
특히 안경태 삼일회계법인 회장이 주식을 전량매도하기 전에 최 전 회장과 직접 통화까지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회계업계 전반의 도덕성 문제로까지 비화했다. 검찰은 지난 2일과 3일 안 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지난달 23일에는 류희경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의 집무실도 압수수색했다.
미공개 정보이용 거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선 구체적 물증이 필요한 만큼 최 전 회장이 재판에서 형사처벌을 받는 건 쉽지 않을 거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향후 한진해운에 대한 구조조정 목적의 공적자금 수혈은 최 전 회장의 주식 먹튀 의혹을 명확히 규명하지 않고선 국민적 동의를 얻기 힘들다. 검찰은 최 전 회장이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직전 주식매각을 한 이유와 이 과정에서 회사 내·외부 관계자들의 도움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 추궁해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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