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규제 푼다더니 더 강화될 판"…격랑 속 정국에 유통가 '속앓이'

탄핵 가결에 윤석열 정부 사실상 '마비'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 규제 개선 올스톱
백화점·프랜차이즈·홈쇼핑 등 업계도 `한숨`
주도권 야당으로…"규제 법안 탄력 전망"
  • 등록 2024-12-17 오후 5:38:33

    수정 2024-12-17 오후 7:06:37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불안정한 탄핵정국이 이어지면서 유통업계가 규제 등 정책 변화 여부에 긴장하고 있다. 그간 규제 완화를 강조해온 윤석열 정부가 탄핵소추안 가결로 사실상 마비되면서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 규제 완화 등 주요 추진 과제가 ‘올스톱’할 전망이다. 오히려 야당의 기세가 커지면서 향후 자율보다 공정에 초점을 둔 여러 규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시민이 의무휴업일 안내가 내걸린 대형마트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 완화와 새벽 배송을 허용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하 유통법 개정안)이 제21대 국회에서 자동폐기된 데 이어 22대 국회에서도 표류 중이다. 야당의 반대가 큰 사안인 만큼 앞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초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 완화는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초부터 ‘시대 변화에 발맞춘 합리적 규제’를 외치며 강조해온 공약이었다.

현재 유통법은 공휴일 중 대형마트 등 시설의 매월 2차례 의무 휴업을 규정하고 있다. 의무 휴업일에는 온라인 배송도 할 수 없다. 단 지자체 등 이해당사자들과 협의하면 평일로 의무 휴업일을 바꿀 수 있다. 특히 최근 실효성을 들어 의무 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는 지자체가 늘어나면서 규제가 완화되거나 아예 폐지될 것이란 기대가 확산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대형마트 업계의 한 관계자는 “폐지에 찬성하는 소비자 여론이 커지고 정부도 규제 완화를 내걸고 집권했던 만큼 올해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면서 “탄핵 정국으로 정부가 사실상 무력해진 만큼 앞으로 그 동력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오히려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야당이 노동자 휴식권을 주장하며 반대 개정안을 내놓고 있어서다. 대표적으로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기존 대형마트는 물론 백화점과 면세점, 복합쇼핑몰 등 다른 대형 유통 업체까지 의무휴업을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대형마트 등이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지정할 수 없도록 못 박는 법안을 내놨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규제 강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단체교섭권’을 강화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커져서다. 현재 야당은 영세 가맹 점주 보호를 취지로 개정안 통과를 주장하고 있다. 여당은 가맹점주 단체 난립과 협의 요청 남발 우려를 이유로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지만 정국 주도권은 이미 야당으로 넘어간 상태다.

홈쇼핑 업계도 한숨이다. 정부의 송출수수료 제도 개선 움직임이 탄핵 정국에 제동이 걸려서다. 송출수수료는 홈쇼핑 업체가 유료방송사업자에게 내는 일종의 자릿세다. TV 시청층은 감소하는데 송출수수료는 높아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항변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도 개선 TF를 만들어 개선을 논의 중이지만 혼란한 정국에 단시간 결론을 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향후 유통 전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탄핵 정국에서 서민표를 의식한 여러 규제가 쏟아질 수 있어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등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던 모든 것들이 멈춰선 상황”이라며 “차기 대선을 앞둔 데다 정국 주도권이 야당에 넘어간 이상 향후 규제 기조는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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