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4.13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 출마를 선언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노원병은 국민의당 창당을 주도하는 안철수 의원,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 등 야권의 거물급 인사들의 출마가 예상되는 지역이다. 더민주가 후보자를 낼 경우 이 곳의 캐스팅보트를 쥐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노원병에서 가장 앞서가는 인물은 안 의원이다. 노원병은 전통적으로 야권 강세 지역이다. 홍정욱 새누리당 의원이 2008년 18대 총선에서 43.1%의 지지율로 당선된 것을 제외하면 모두 야권에서 당선자가 나왔다. 안 의원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줄곧 선두를 지키면서 재선을 바라보고 있다.
다만 4·13 총선이 일여다야 구도로 이어진다면 이변이 불가피하다. 노 전 의원을 포함한 3자 대결에서는 여전히 안 의원의 지지세가 가장 크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야권 지지층의 분열은 피할 수 없다. 실제 18대 총선에서 당선된 홍 전 의원은 야권표 분산의 득을 봤다. 홍 전 의원은 당시 43%의 득표로 40%의 득표율을 기록한 노 전 의원을 누르고 당선됐다. 또다른 야권 후보였던 김성환 통합민주당 후보가 16%를 표를 나누면서다.
노 전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57%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노 전 의원의 의원직이 상실된 후 치러진 2013년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안 의원이 기록한 득표율 60%와 엇비슷하다. 어느 한 쪽으로 표쏠림 현상 없이 야권표가 고르게 분산된다면 이 전 비상대책위원이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더구나 더민주가 노원병에 후보를 낸다면 상황은 4자 대결까지 번질 수 있다. 문재인 더민주 대표가 공언했던 ‘표적공천’ 효과는 국민의당의 상징인 안 의원을 노린다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안 의원이 더민주와 연대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민주 입장에서도 야권 텃밭을 내려놓기 힘들다. 현재 더민주에서는 ‘젊은피’ 이동학 전 혁신위원이 노원병에 출마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렇다고 노원병을 여당이 가져가는 것도 더민주가 원하는 그림은 아니다. 문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과반 저지’에 자신의 정치 생명까지 걸었다. 한 석이 아쉬운 상황에서 범야권의 지역을 여당에 헌납하는 우를 저지를 수도 없는 처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