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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국내에 있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일본 기업 자산에 대한 강제집행 신청에 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카드를 만지작 거리면서 실제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사안 자체가 ICJ 제소 대상인지를 두고는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다만 우리 정부의 동의 없이는 ICJ 재판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8일 외교부 및 법제처에 따르면 ICJ는 조약의 해석이나 국제법상 문제 등 국가간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유엔(UN) 산하 사법기관이다. 재판소는 각기 다른 국적 15명의 판사로 구성되며 모든 문제는 9명 이상의 판사가 출석해 출석 판사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결정한다. ICJ 재판은 단심제로 항소나 상고 등이 불가능하다. 만약 분쟁의 타방 당사국이 판결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분쟁 일방 당사국은 판결 집행을 위한 조치를 취해 달라며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청할 수 있다.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 따라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까지 다 해결, 소멸됐다는 입장이다. 반면 우리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판결을 통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으로 청구권 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다.
정 교수와 달리 송기호 변호사는 “이번 사안은 청구권 협정의 해석에 관한 것이지만 우리나라 법원이 구체적인 민사소송에서 개별적, 구체적인 판결을 한 것으로 ICJ 제소 대상은 아니다”며 “한일청구권 협정에 대한 우리 정부와 일본 정부의 해석에서 차이가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처음부터 곧바로 ICJ 제소 카드를 꺼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점쳤다. 우선 청구권협정에 명시된 대로 외교적 수단을 통한 협의에 나서고 협의가 안 될 경우 제 3국 위원이 포함되는 중재위원회를 구성해 다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단계까지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일본은 그 때 ICJ 제소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