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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간밤 신흥국 통화 가치가 일제히 하락했다.
비교적 견조하다는 평가를 받는 호주와 캐나다 통화 가치가 큰 폭 내렸다. 호주 달러화 가치는 하루 새 0.78% 하락했다. 캐나다 달러화는 0.62% 내렸다. 원화 가치는 전날 0.29% 내린 뒤, 7일 서울외환시장에서 0.02% 추가로 내렸다. 한은은 오전 8시10분 국제외환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전세계 통화 가치를 매일 고시한다.
이뿐이 아니다. 싱가포르 달러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가 각각 0.12%, 0.14% 내렸다. 취약 신흥국 통화 가치 낙폭은 그보다 더 컸다. 아르센티나 페소화 가치가 하루새 2.20% 급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1.69%, 터키 리라화 값은 0.83% 내렸다. 남아공 란드화는 0.68% 하락했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여파다. 시발점은 호주였다. 호주는 전날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2% 증가했다고 밝혔다. 예상치(+0.3%)를 하회한 수치다. 지난해 연간 성장률은 2.3%에 그쳤다. 호주중앙은행(RBA) 예측치 3.25%에 크게 못 미쳤다.
필립 로우 RBA 총재는 “향후 기준금리 상승 및 하락 확률은 반반이다”면서 “올해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인하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은 데 시장은 주목했다. 호주의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위기감이 확산했다.
호주 경제에 적신호가 켜지면 중국 경제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심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한은 관계자는 “호주 경제는 중국과 크게 밀접해 있다”며 “최근 호주 경기 둔화 조짐이 중국의 경기 둔화로 인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시장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취약 신흥국발(發) 글로벌 경기 위축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실제 지난 2월초부터 신흥국 통화가치를 분석해보니 거의 한 달간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8% 넘게 내렸다. 남아공 란드화와 브라질 헤알화, 터키 리라화 값은 각각 7%, 5%, 4% 넘게 내렸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글로벌 경기가 좋아진다는 신호나 투자심리를 이끌 수 있는 추가 재료가 전무한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신흥국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