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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땅굴 공격 본격화한 이…민간인 피해 우려도 커져
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하마스 지휘관 사살을 목적으로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에 지상·공중공격을 가했다. 자발리아는 가자지구 최대 난민촌이 있는 곳이다. 특히 수천㎏에 달하는 이스라엘군 폭탄이 주택가로 떨어지면서 민간인까지 희생당했다. 하마스 통제하에 있는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이스라엘 공습으로 50명 이상이 죽고 150여명이 부상당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사상자 숫자를 이보다 더 큰 400여명으로 보고 있다.
현지 병원 책임자인 마르완 술탄 박사는 “그들(이스라엘군)은 자신들의 집에 살고있는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멈춰야 한다”며 “이건 단순한 집단학살에 불과하다”고 NYT에 말했다. 난민촌 주민 무함마드 알 아스와드는 “건물 잔해 위에 시신이 널브러져 있었다. 대부분 알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고 했다.
이번 공격은 이스라엘이 자발리아에 있는 하마스 근거지를 공격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전날 하마스 땅굴에 대한 공격을 시작한 이스라엘군은 “테러리스트들이 쓰던 건물 밑에 있던 테러 인프라가 공습으로 붕괴됐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500㎞에 달하는 땅굴에 지휘소 등을 구축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그간 공언한 대로 하마스를 절멸하기 위해선 땅굴 파괴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하마스 땅굴은 병원이나 학교 등 민간 시설 지하에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아 땅굴 공격 과정에서 무고한 민간인 피해 확대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자발리아 대대장인 이브라힘 비아리를 비롯한 하마스 대원 다수를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비아리는 지난 7일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공격을 주도한 하마스 핵심인사다. 다만 양측 지상병력이 근접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하마스는 물론 이스라엘군도 9명이 전사했다.
악화일로 인도적 위기에 美 “교전 중지 검토해야”
인도적 위기가 심화하면서 이스라엘의 자위권에 대한 지지를 수차례 천명했던 미국에서도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금은 일반적 의미의 휴전을 할 때가 아니다”면서도 “가자지구 주민이 인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투의 중단은 검토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스라엘 측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NYT는 인도주의적 위기로 인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외교·안보 핵심들이 점점 이스라엘에 비판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오는 3일 이스라엘을 다시 방문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등 이스라엘 수뇌부와 만날 예정이다.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는 “팔레스타인인 수천명이 사망하고 현지의 인도적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는 현실에서 블링컨 장관은 (2주 전과) 완전히 달라진 환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며 블링컨 장관이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 확대를 이스라엘에 요청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통화하면서도 민간인 피해 예방을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을 찾은 후 다른 중동 국가도 함께 방문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전쟁이 중동 다른 지역으로 번질 우려도 여전하다. 예멘 내 친(親)이란 반군인 후티는 자신들이 드론과 탄도미사일로 이스라엘을 공격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 쿠드스군 사령관인 에스마일 카아니도 레바논에 머물며 하마스와 후티, 헤즈볼라 등 반(反)이스라엘 세력들의 작전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