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민간 의료보험을 제공하는 카이저퍼머넌트는 의료데이터를 분석해 고위험 환자를 사전에 예측하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 회사는 서비스를 통해 복부대동맥류 환자 6275명 중에서 위험 환자 1581명을 발견해 사전 치료를 하도록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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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3법 시행 계기 공공의료데이터 활용 ‘물꼬’
25일 손해보험협회는 고려대학교 기술법정책센터, 서울대학교 금융경제연구원 건강금융연구센터와 함께 ‘데이터 경제 시대의 보험산업 혁신방안, 보건의료데이터 활용을 중심으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는 정책당국인 보건복지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건강보험공단,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의 유관 기관과 학계, 보험업계가 처음으로 함께한 자리로 의미가 크다.
공공의료데이터는 공공기관이 보유한 진료ㆍ임상 연구ㆍ보험 등 의료 관련 현황 및 통계 등을 통틀어 말한다. 그간 보험사들은 정부에 개인을 구분할 수 없게 가명 처리된 공공의료데이터를 보험상품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요구해왔다. 보험사들은 2017년 전까지만 해도 건강보험심사평가위원회(심평원)으로부터 개인정보를 비식별 처리한 데이터를 받아 상품 개발에 활용해왔으나, 개인정보유출과 이에 따른 보험차별을 유발할 수 우려가 제기되면서 정보제공이 중단된 바 있다.
정보가 중단된 후 보험사들은 해외 자료를 활용해 상품 개발 및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해외와 국내 간 정보 괴리가 생기게 되며 온전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만들지 못했다.
보험업계 “보상 신상품 개발에 공공데이터 활용 필요”
이날 세미나에서 보험업계는 공공의료 데이터에 대한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제시하며, 정부와 유관기간을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난임 검사·치료, 체내수정비용 보장 등의 여성전용 신상품 개발과 소아비만 동반질환(사춘기 장애, 동맥경화, 지질단백질 대사 장애 등) 보상 신상품 개발 등을 예시안으로 내놨다. 특히 그간 가입이 거절됐던 유병자ㆍ고령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상품을 개발해 보험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최낙천 KB손해보험 디지털전략본부장은 “공공의료데이터 활용은 보험 사각지대를 커버해 줄 수 있다”며 “난임 등 여성전용 신상품, 소아비만 관련 상품 등 기존에 보장하지 못한 상품을 만들 수 있고, 만성질환자를 위해 건강관리 서비스가 결합해 유병자를 적극적으로 보험사가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보건복지부도 보험사의 공공의료데이터 활용을 통한 산업발전에는 동의했다. 물론 공익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동엽 금융위 보험과장은 “실손보험을 보면 제2의 건강보험 역할을 하고 있는 등 보험은 공적 역할을 하는 파트너로 생각해야한다”며 “보험은 어떤 산업보다 많은 정보를 필요로 한다. 물론 공공의료데이터 사용에 따른 책임이 강조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홍석철 서울대 교수는 “공공 건강데이터 활용의 공익성이 충분하다”며 “자료 기반으로 실손보험 등 민영 건강보험의 순기능이 강화되면, 바람직한 의료이용을 이끌어 국민건강보험의 안정적 운영에도 기여 할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물론 민간회사의 공공정보 활용에 대한 우려감은 여전했다. 신순애 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전략본부장은 “건보공단은 가명처리된 정보가 활용돼 개인이 식별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개인 재식별 가능성을 검증하는 기술·기관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신 본부장은 “공공의료데이터 관련해 미국 사례 얘기를 하는데, 국가간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공보험이 주도하는 한국은 미국처럼 민영보험이 주도하는 국가와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영 한국소비자원 연구위원은 “개인정보 재식별 가능성이 있고 피해 원상복구에 대한 보장은 없는데, 소비자 이익이 무엇인지 와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데이터 활용에 대한 구체적인 모델과 실질적인 전략 제도가 제시돼야 하고, 그보다 우선적으로 보험사가 신뢰회복을 하는게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