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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규제에 G2갈등까지..원·달러 환율 급등
5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원화 가치 하락) 1215.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상승폭은 17.30원으로 2016년 6월 24일(+29.40원) 이후 가장 컸다. 2016년 6월은 예상치 못한 브렉시트 투표 충격이 전 세계를 덮쳤던 때다. 브렉시트 수준의 패닉이 이날 서울외환시장에 감지됐다는 뜻이다.
세 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원화 가치 급락을 부추겼다. 일본과의 갈등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지난 2일 일본이 한국을 우방국 명단인 화이트리스트(수출 간소화 절차 국가 명단)에서 배제하자, 한국 역시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빼겠다고 맞대응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한·일 관계가 향후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갈등이 커지면 국내 기업들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미·중 관계가 다시 격화된 것도 투자심리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지난 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다음달부터 3000억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했다. 중국 측은 “관세로 협박하면 단 1kg의 콩도 사지 않을 것”(중국 영자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이라며 대치 중이다.
‘포치(破七)’까지 허용한 中
중국의 외환시장은 완전히 개방된 시장이 아니다. 중국 인민은행이 환율을 고시하는 관리변동환율제도다. 그런데 이날 중국 인민은행은 1달러당 6.9225위안으로 고시했다. 지난 주말보다 0.33% 오른(위안화 절하) 수준이다. 인민은행이 기준환율을 1달러당 6.9위안 이상으로 고시한 것은 올들어 처음이다.
그간 중국 인민은행은 ‘7위안’ 선을 넘지 않도록 관리해왔다는 게 정설이다. 그런데 갑자기 7위안에 근접한 고시환율을 발표한 것이다. 시장에선 중국 정부가 ‘포치(破七·1달러당 7위안 상회)’를 허용했다는 해석이 삽시간에 퍼졌다. 가뜩이나 중국 정부는 “포치가 발생한다 해도 심각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위안화 절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이후 달러·위안 환율 상승에 베팅하는 물량이 대거 유입됐다.
외환시장 요동치자 당국 “비정상적” 구두개입
이날 구두개입은 과거보다 강도가 더 세다. 지난 5월 외환당국은 “시장질서를 훼손하는 움직임이 있는지 관계 당국과 살펴볼 예정”이라고 발언했다. 이번에는 한발 더 나가 “비정상적”이라며 투기세력을 직접 겨냥했다. 환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하지 말라는 경고의 메시지이다.
외환 당국의 구두개입도 환율의 방향을 돌리지 못했다. 상승세가 일시 진정되기는 효과에 그쳤다. 정부 한 관계자는 “추가적인 메시지를 내놓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심화할 수 있고, 그러면 달러·위안 환율과 원·달러 환율이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원·달러 환율이 1250원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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