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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소비자들이 오늘부터 중국산 제품에 부과되는 관세를 부담해야 할 이유는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비관세 국가로부터 수입되는 물품을 구매하면 관세 부담을 완전하게 피할 수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최선의 방안은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다. 그것(미국산 제품)은 제로(O) 관세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국 내부에서조차 “말도 안되는 얘기”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CNN방송은 이날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해 미국산 제품을 구매토록 유도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은 완전한 거짓”이라며 다소 조롱섞인 비판기사를 내놨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중국산 제품을 사지 않는 것이라고 했는데, 미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는 중국 품목은 얼마 없다. 의류나 전자 부품 등 중국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이 미국에선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전문가들의 견해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경제분석기관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그레그 다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기업들이 동일한 규모로 동일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잘못됐다”면서 “우리가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는 품목들과 물량을 감안하면 적어도 즉각적인 대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으로 쉽게 이전할 수 없는 대표 품목으로 의류와 반도체, 노트북, 핸드폰 등 전자제품을 지목했다. 그는 “이들 수입품을 미국에서 만들려면 공장을 세워야 한다. 적어도 2년은 걸릴 것이다. 또 공장 근로자들에게 중국 기업들이 중국인들에게 주는 것보다 훨씬 많은 임금을 줘야하는데 생산비용을 크게 높여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경제정책연구소(EPI)의 로버트 스콧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0년 동안 미국에선 9만개가 넘는 공장이 문을 닫았고, 제조업 일자리 500만개가 사라졌다. 제조 능력의 3분의 1을 잃어버린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중 일부 품목에 대해선 대체할 생산기지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제조업은 더 이상 이 나라에 존재하지 않는다. 관세를 부과해 미국산 제품만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은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관세 국가에서 생산된 물건을 사는 것 역시 제로 관세를 현실화시키는 방법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없다는 지적이다. 전미소매협회(NRF)의 데이비드 프렌치 부대표는 “수많은 제품들이 중국에서 생산되는 이유는 생산 역량, 물류, 노동력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공급체인 등에 있어 중국만큼 효율적이지 않다. 미국이 중국의 생산능력을 대체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CNN은 미중 무역전쟁 리스크가 가장 큰 분야로 미국 화학 부문을 꼽았다. 미국에서 대체할 수 없는 중국산 특수 화학 물질을 수입할 때는 물론, 재가공 등을 통해 중국에 수출할 때에도 관세를 부과하게 돼서다. 방송은 “화학 부문에 있어 중국은 유리한 수출 시장이었다”고 전했다.
미국화학평의회(ACC)는 지난해 10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중국이 11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산 화학 및 플라스틱 제품에 보복관세를 물리면서, 미국 내 5만5000명의 일자리와 180억달러에 달하는 관련 산업 활동이 위험에 빠지게 됐다”고 밝혔다. 평의회는 이날 CNN에 “작년 중국으로부터 보복관세가 부과된 5200여개 품목 중 987개는 2017년 수출액이 80억달러를 넘는 화학 물질”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