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규모 인프라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28%까지 올리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는데, 미국 내 다국적 기업들이 세율이 더 낮은 다른 국가로 본사 또는 생산기지 등을 이전, 세원을 뺏길 수 있어 이를 막겠다는 것이다. 다른 국가들에게 미국과 동등한 법인세율을 압박하는, 사실상 ‘미국 우선주의’에 바탕을 둔 조치여서 다른 국가들의 동참을 이끌어낼 것인지는 미지수다. 또 실제 도입이 추진되더라도 협상 과정이 순탄치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옐런 “각국 법인세 ‘바닥 경쟁’ 멈춰야…하한 정하자”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 세미나에 참석해 ‘글로벌 최저 법인세’ 도입을 제안했다. 그는 “세계 경제는 지난 30년 동안 법인세율을 바닥까지 끌어내리기 위해 경쟁했다”며 “이제는 다국적 기업의 과세에 있어 글로벌 최저 법인세를 통해 세계 경제가 좀 더 공정한 경쟁의 장에서 번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옐런 재무 장관이 제안한 글로벌 최저 법인세는 바이든 행정부가 2조 30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방안을 발표하면서 재원 마련을 위해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올리는 방안이 제시된 이후 나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일랜드, 룩셈부르크, 네달란드 등은 낮은 법인세율을 앞서워 다국적 기업들을 유치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법인세율을 높이게 되면 법인세율이 낮은 곳으로 기업들이 공장 등울 이전할 게 뻔한 만큼 이들 나라도 미국과 동등 또는 유사한 수준의 최소한의 세율을 부과토록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옐런 장관은 이날 기업들이 낮은 법인세를 찾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G20 회원국들과도 협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다국적 기업을 많이 보유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선진국들과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들은 동참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 회원국들이 동의할 지는 미지수다. 특히 낮은 법인세율로 다국적 기업들을 유치해 나라 곳간을 충당해온 국가들에겐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세제 관련 씽크탱크인 ‘택스 파운데이션’의 다이엘 번 부대표는 “(다국적 기업을 많이 보유한) 프랑스 혹은 독일 같은 국가들은 바이든의 제안을 매력적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만장일치로 동의를 얻을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
옐런 장관의 글로벌 최저 법인세 도입 제안은 한편으론 미국 내 법인세율 인상에 대한 우려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른 국가들과 함께 하한을 맞추는 것이라면 법인세 인상으로 인한 기업이탈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만큼 의회 동의를 구하기가 수월해질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법인세율 인상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민주당 중도파 조 맨친 상원의원은 이날 자신의 지역구인 웨스트버니지아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인프라 투자에 대해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법인세율을 28%로 급격히 인상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25% 인상안을 제시했다. 맨친 의원은 “나뿐 만이 아니다”며 “그렇다고 생각하는 민주당 소속(상원의원)이 6~7명은 된다”고 전했다.
한편 바이든 정부는 법인세 외에도 개인소득세 최고세율 인상, 일명 부유세 도입을 시도하고 있으며, 기업들이 미국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해외에서 거둔 수익에 대한 세율도 15%에서 21%로 높이는 방안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낮췄던 세율을 정상화한다는 것이어서 공화당의 반대는 분명해 보이지만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법인세보다 저항이 덜 할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 상원 재무위원장인 론 와이든 의원은 이날 다국적 기업의 해외 수익에 대한 세율 인상에 대해 “바이든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글로벌 최저 법인세 도입과 맞물려 함께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