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이상의 의미 찾기 어렵다”
양국 정상의 만남은 지난 2012년 5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이 마지막이었다. 오랫만의 만남이었지만 ‘성과’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외교안보·경제협력·문화교류의 전면적 복원의 첫발을 뗐다는 데에만 의미를 부여했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날 정상회담 직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그간 정체돼 온 양국 간 과거사 관련 현안 문제 해결을 도모하고 양국 관계 발전을 진지하게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관계복원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매듭짓지 못했다. 두 정상이 머리를 맞댄 시간 98분(단독 정상회담 60분, 확대 정상회담 38분). 박 대통령은 서로 속이지 않고 다투지 않으며 진실을 가지고 교제하자는 의미로, 약 300년 전 조선외교전문가로 활동한 일본 유학자 아메노모리 호슈의 격언인 ‘성신지교’(誠信之交)까지 언급하며 ‘위안부 문제 연내 타결’을 제안했지만, 아베 총리는 타결 시한을 특정하는 데 난색을 표했을 뿐만 아니라 진솔한 사과나 책임 있는 보상 등의 언급도 피했다.
그러나 당장 야권은 “위안부 문제는 박 대통령이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약속했던 원칙인데, 회담에서 무슨 실리를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원칙은 확실히 잃었다”(김영록 새정치민주연합 수석대변인)고 평가절하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양국 우호관계에 걸림돌이었던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풀어내기 위한 의미 있는 시도”(신의진 대변인)라고 호평했다.
“아베 발언은 전향적..日 압박이 더 클 것”
향후 위안부 문제를 놓고 벌일 양국 간 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도 관심이다. 그동안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는 한·일 청구권협정에 의해 종결된 사안이라는 입장을 취해왔던 만큼, 이번 회담에서 ‘조기 타결을 위한 협의 가속화’라는 점에 합의한 건 일단 전향적이라는 평이다. 그러나 일시적 면피성 발언인지, 진정성 있는 해결의지를 보인 건지 향후 후속 협의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회담으로 한·일 정상 모두 외교적 부담을 줄이긴 했으나, 아베 총리가 느끼는 압박이 더 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경민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베 총리가 일본 내에서 위안부 문제를 얘기했을 때보다 한국에 와서 박 대통령과 단둘이 만나서 얘기했을 때 지금까지의 태도와는 상당히 느낌이 달랐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비공식으로 만나면서까지 (군위안부 문제를) 이야기했기 때문에 어떠한 형태라든지 결과물을 내놔야 하는 외교적 부담을 안게 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의 급변사태와 같은 비상상황에서 한국의 동의 없는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 문제나 일본산 수산물 수입제한 해제 문제, 미·중간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 등의 사안에 대해 두 정상이 어떤 의견을 주고받았는지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에 ‘침묵’을 지킨 청와대와 달리 아베 총리는 회담 후 일본기자들과 만나 남중국해 문제,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재판 등이 논의됐음을 시사했다. 특히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는 브리핑을 통해 “(남중국해에서) 미군의 행동은 국제법에 합치한 것”이라는 아베 총리 발언을 소개한 뒤 “박 대통령이 일본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인식하고 있다”고도 했다. 아사바 유키 니가타 일본 현립대 대학원 국제지역학연구과 교수는 “(아베 총리가) 한국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규제 문제 등에서도 애매하게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