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사태 장기화 조짐…"평생교육대 일정중단" vs. "완전 철회"(종합)

이대 총장 "학생의견 반영…대화 제안했다" 학생들 "사실 아니다" 반박
학생들의 감금행위 여부 두고 '공방'…학생들 점거농성 이어가
  • 등록 2016-08-01 오후 9:48:41

    수정 2016-08-01 오후 11:46:49

1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이화캠퍼스컴플렉스(ECC·Ewha Campus Complex)에서 최경희 총장(가운데)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유현욱 기자.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평생교육 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설립과 관련한 대학평의원회 등 앞으로 일정을 중단하고 널리 의견을 수렴해 반영토록 하겠다.”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에 반발한 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이 닷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은 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이화캠퍼스컴플렉스(ECC)에서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학생들은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의 완전한 철회를 주장하고 있어 양 측이 쉽게 타협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학생들에 대화 제안했다” vs. “사실 아니다”

최 총장은 이날 학내 부처장들과 함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은 본관 점거농성과 행정마비 행위, 왜곡된 언론 대응을 끝내고 바로 대화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따라 이화여대는 내일부터 동창회를 비롯해 교내 외의 모든 기관과 미래라이프대학에 관련된 간담회와 의견수렴을 할 예정이다. 그러나 정작 학생과의 대화에 대해선 학교와 학생 측의 진술이 엇갈려 논란이 예상된다.

최 총장은 “학생 대표를 통해 면담을 여러 차례 제안했으나 학생들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최 총장의 기자회견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이 아니다’며 강력히 반박했다. 이들은 “‘(약속된 시간과 장소에서) 총장님 보고 싶어요’라고 외치며 모여 있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학교 측에서 주장하는 대화란 똑같은 입장을 되풀이하는 의미 없는 발언들에 불과했다”고 맞섰다.

최 총장은 학생 점거농성과 경찰력 투입 사태에 대해 “구성원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소통이 부족했다. 지금이라도 모든 구성원과 충분한 소통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 총장은 다만 “처장회의·학장회의·평의원회·교무회·법인 이사회에서 사업 추진을 승인 받았다”며 정당한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미 이사회 승인이 난 사안이고 평의회까지 거친 것을 철회하는 것은 합법적 절차를 부정하는 것이다. 반대의견을 수렴해 어떤 부분을 보완할지 판단하겠다”고 말해했다.

경찰·학교 “학생들이 감금했다” vs. 학생 “단과대 설립 막겠다” 농성 지속

최 총장은 “경찰 투입은 학생들의 거센 저항으로 구조에 실패해 내부에 있는 교수·교직원의 안전이 위급한 상태에서 일어난 불가피한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학생들은 이에 대해 “학생들과 농담을 주고받던 이들이 정말 두려움을 느꼈을 지 의문이다”며 “1000명이 넘는 경찰 병력을 마주한 학생들이 느꼈던 공포가 더 클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최 총장은 강신명 경찰청장이 이날 ‘주동자를 감금 혐의로 처벌하겠다’고 언급한 데 대해 “학생들의 행동은 기본적으로 범법행위로 알고 있다. 경찰의 기준이 있고 학교 규정이 있는 것이다”며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반면 학생들은 “학생들을 사법처리하겠다는 강 청장이야말로 학교와 학생 사이의 대화를 차단하는 비평화적 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김혜숙·정문종·정혜원 이화교수협의회장단은 “교수를 비롯해 학생과 동문 등이 수긍하기 어려운 중요한 결정이 보직자 및 소수의 관련자들을 제외하곤 내용도 알려지지 않은 채로 단기간에 급조돼 모든 구성원들의 반대에 부딪친 상황을 학교당국은 겸허히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며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의 즉시 철회를 요구했다.

이화여대 학생들도 3차 성명서에서 “미래 라이프 단과대학 설립을 막아낼 것”이라며 농성을 지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최소 200명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한편 이화여대와 서대문경찰서는 지난달 30일 경찰 투입의 경위를 둘러싸고 진실 공방을 벌였다. 최 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진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당시 전화로 (서대문서 정보과장에게) ‘정말 위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교수·교직원을) 구출해달라’고 말했다”고 답했다. 그는 직접 구조요청을 한 건 아니라며 경찰에 책임을 미루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화여대생들이 1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본관 앞에서 강신명 경찰청장 ‘주동자 엄벌’ 발언과 최 총장의 긴급기자회견에 반박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유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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