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서 '식욕억제제' 2000개 처방...고삐 풀린 마약류

마약류 지정에도 하루 평균 3086명 환자, 62만 개 처방
심장이상 등 부작용 치명적…"제재 규정 없어 대책 시급"
  • 등록 2024-09-24 오후 9:05:00

    수정 2024-09-24 오후 9:05:00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마약류로 지정돼 관리 중인 식욕억제제의 ‘묻지마 처방’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자료 사진 (사진=뉴스1)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윤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작년 한 해 식욕억제제가 2억2500만개 이상, 처방 환자는 112만6000명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24일 밝혔다.

처방량과 환자 수를 하루 단위로 계산해보니 식욕억제제가 하루에 3086명 이상의 환자에게 61만6600개가 처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올해 6월 기준으로 살펴보니, 1억9600만개 이상, 처방 환자는 83만5000명으로 하루 평균 4589명이 60만2000개 이상을 처방받고 있는 꼴이다. 작년보다 하루 평균 처방량은 줄었지만 처방 환자는 48%(1503명)이나 증가한 것이다.

환자 1명에게 식욕억제제를 가장 많이 처방한 의사는 경기도 광주에 소재한 치과의원 소속으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치과의사는 지난해 기준 환자 1명에게 1920개의 식욕억제제를 처방했다. 비만치료와 아무런 상관없는 치과에서도 식욕억제제를 처방하고 있는 것이다.

식약처는 2020년 8월부터 ‘의료용 마약류 식욕억제제 안전 사용 기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의료기관에 권고하고 있지만, 처방권은 의사의 고유 권한이어서 가이드라인을 어긴다 해도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특히, 청소년에게는 식욕억제제 사용을 금지했는데도 불구하고 2020년부터 2024년 6월까지 약 5년간 총 4만860명의 청소년에게 378만2000개가 처방됐다.

마약류로 지정된 식욕억제제는 과다 복용 시 불면증이나 환청뿐 아니라 심한 경우 심장 이상, 정신분열 등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식욕억제제로 인한 부작용 보고 건수는 2020년 190건에서 2021년 316건, 2022년 319건, 2023년 342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올해 들어서도 상반기에만 215건이 보고됐다.

김 의원은 “식약처가 올해 6월부터 의사가 환자의 오남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마약류 투약내역 확인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펜타닐에 대한 투약만 확인할 수 있어 마약류 식욕억제제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환자의 과도한 의료 쇼핑도 문제지만 과도하게 많은 양을 처방하는 병원에 대한 식약처의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8년부터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이 구축돼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 문제는 심각하다”며 “마약류 식욕억제제뿐만 아니라 의료용 마약류의 오남용 방지 등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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