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형법을 제정하면서부터 간통은 형벌로 다스렸다. 그러나 국가가 ‘남녀의 이불 속까지 들춰보는 게 옳은 지’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헌재는 1990년 9월 일부일처제 유지, 가족생활보장 등을 이유로 간통죄를 유지해야 한다는 첫 결정을 내렸다. 1993년 3월에도 같은 결정이 나왔다. 2001년 10월에는 재판관 9명 중 8명이 합헌 의견을 냈다. 2008년 10월에야 위헌 의견이 합헌 의견을 앞섰다. 재판관 5명은 도덕적이지 않은 행위를 모두 형사처벌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유 등을 들었다. 위헌이 되려면 재판관 9명 중 6명의 위헌 의견이 필요하다. 간통죄는 가까스로 유지됐다.
그 사이 여론도 변화했다.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전국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간통죄 존폐와 관련한 의견을 물은 결과, 24년전인 1991년 비슷한 조사와 비교해 ‘존치의견’은 1% 남짓 줄고, ‘폐지의견’은 약 3% 증가했다. 소폭이지만 간통죄 존치에 부정적인 쪽으로 여론이 기울었다. 이 조사에서 기혼남성 36.9%와 기혼여성 6.5%는 배우자가 아닌 사람과 성관계를 가진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오영중 법무법인 세광 변호사는 “사생활 관련한 분쟁은 민사적으로 해결하고, 국가의 형벌권은 소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는 시대의 가치관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헌재 결정으로 간통죄 폐지로 민사·가사소송에서 피해자가 배상받을 길은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방의 불법행위를 입증할 길이 까다로워진 까닭이다. 전에는 수사기관의 도움으로 불법행위를 잡아냈으나, 이제는 피해자 스스로 입증책임을 져야한다.
A판사는 “간통에 대한 책임이 민사적으로까지 사라진다는 국민 정서가 형성되기 어려울 것이고, 법원도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