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북한의 남침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이같은 입장을 분명히 전달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극적 대응에 여야 의원 모두 질타
|
우리나라에서 흔히 6·25전쟁, 한국전쟁이라고 부르는 역사를, 중국은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이라고 지칭한다.
펑더화이를 총사령관으로 한 중국인민지원군은 1950년 10월19일 압록강을 넘어 6·25전쟁에 개입했다. 중국의 참전으로 국군과 연합군은 38도선 이북에서 후퇴하게 됐고 이듬해 1월 4일 서울이 북한군과 중국군에 넘어갔다
중국은 한국전에 참전, 미국군과 한국군을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둔 1950년 10월 25일을 기념일로 정해 매년 행사를 하고 있다.
시 주석은 “중국군의 참전으로 제국주의 침략과 확전을 억제했다”면서 “중국의 항미원조는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에 신중국 대국의 지위를 과시한 전쟁이었고, 세계 평화를 지키려는 중국인들의 굳은 결의를 보여준 전쟁”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당일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고 시 주석 연설 이튿날인 지난 24일 국내 언론이 관련 입장을 묻자 “북한의 남침이라는 역사적 사실과 배치된다”는 입장을 구두로 내놓았다. 이를 놓고 외교부가 중국의 역사 왜곡에 대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일본 지도자가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진상하면 비판 성명을 즉각 발표하지 않느냐, 그런데 중국이 전쟁을 미화할 때는 왜 침묵하냐”고 지적했다.
박진 국민의힘 의원 역시 “방탄소년단(BTS)은 밴플리트상 수상소감에서 ‘우리는 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BTS보다 못한 외교부가 됐다”고 지적했다.
|
강 장관은 “한국전쟁은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했다고 과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도 명시됐다”며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도 이 문제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왜곡된 역사인식에 대한 대응을 놓고 한미 양국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의원은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 정부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팩트는 북한이 1950년 6월25일 마오쩌둥의 지원을 받아 남한을 침공했다는 것’이라고 했는데 침략의 피해자인 우리는 침묵하고 동맹국은 단호히 대응한다”며 “한미동맹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박 의원의 질책을 받은 강 장관은 침묵을 유지했다.
외통위 야당 간사인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6·25전쟁을 계기로 북한과 중국 간의 동맹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동맹은 흔들리고 있다며 이수혁 주미대사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이 대사는 지난 12일 주미대사관 화상 국정감사에서 “70년 전에 한국이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미동맹은 양측 모두에게 도움이 돼야 유지될 수 있다는 자주적 외교에 방점을 둔 발언으로 보이지만, 미중 갈등이 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필요나 사안에 따라서는 한미동맹을 깰 수 있다는 발언으로도 해석되며 논란을 빚었다.
강 장관은 이 대사의 발언이 본부 대미외교 방침과 부합하느냐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의 질문에도 “일부 표현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며 “모종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