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AI 대학원, 예전 전철 밟아서는 안돼

과기정통부 지원사업 'AI 대학원' KAIST 등서 개원
1997년 딥블루 이후 2016년 알파고까지 미적거려
팹리스 육성실패 과거 반복 않도록 '긴 호흡' 필요
  • 등록 2019-08-26 오후 7:30:40

    수정 2019-08-27 오전 9:15:47

AI 대학원 현판 증정식에서 민원기(왼쪽)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과 정송(오른쪽) KAIST AI 대학원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AIST 제공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인공지능(AI)이 현실로 다가온 계기는 1997년 체스 챔피언을 꺾은 IBM 딥블루의 등장이었다. 당시 미국과 유럽은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하며 AI 인재 양성에 힘을 쏟았고,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역량 있는 인재를 배출하기 시작했다. 그중 영국의 데미스 허샤비스는 스타트업(초기벤처)을 창업해 구글에 인수된 뒤 바둑 챔피언들을 꺾는 신화를 만든다. 2016년 ‘알파고’가 그 성과물이다.

알파고 쇼크는 미적거리던 한국 정부를 자극했다. 알파고가 한국인의 자존심 이세돌 9단을 서울 한복판에서 이긴 것이다. 알파고 쇼크가 터지자 부랴부랴 ‘AI연구소’를 만들려 했지만 이마저도 최순실 스캔들이 터지며 흐지부지됐다. 정부 주도하에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7개 대기업이 각각 30억원씩 마련해 총 210억원의 자본금으로 만들어진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이 ‘또 다른 형태의 K스포츠·미르재단이 아니냐’는 의혹에 휘말린 것이다.

그후 2년이 지난 지금, AI 인재양성 방안으로 나온 것이 바로 ‘AI 전문 대학원’ 개설이다. 26일 오후 카이스트를 시작으로 다음 달 중 고려대, 성균관대 등 3개 대학에서 운영을 시작하는 AI 대학원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고급인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대안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까지 국내 AI 석·박사급 인재 7200여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AI 인재에 대한 절대 부족을 해결하려는 정부의 의욕은 좋지만 ‘조급증’을 내서는 안 된다. 과거 산업자원부 등이 진행한 차세대 반도체 산업 인재 육성과 연구개발(R&D) 지원사업은 새로운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팹리스) 강화를 외쳤지만, 조급하게 성과물을 요구하면서 기존 사업 내용을 ‘말바꿈’하는 수준에 그쳤다. 장기적인 시각의 부재는 조급한 성과 제시 요구로 이어졌고, 이렇다 할 사업자를 제대로 배출해내지 못하는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끝나면서 현재 일본과 무역분쟁 속 산업계의 위기로 이어졌다.

급할수록 길게 보는 ‘긴 호흡’이 중요하다. IT 강국이란 타이틀이 무색하게 AI 인재가 부족한 현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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