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대로 부패범죄를 저지른 정치인·경제인·공직자나 각종 강력 범죄자는 배제하는 대신,민생 안정 및 사회 통합 계기 마련에 방점을 뒀다. 사면을 둘러싼 불필요한 정치적 논쟁으로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의 상징성과 취지가 퇴색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적으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사면 범위를 어떻게 결정했는지 논의 과정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사면 취지와 국민적 공감대, 사회적 통합 효과 등을 고려해 엄격하게 심사했고 부패범죄 대상자는 배제하는 것으로 논의가 정리됐다”고 말했다.
사회 통합과 갈등 치유에 방점
이번 사면의 특징은 국민통합 차원에서 과거 사회적 갈등 사건 대상자를 대거 포함시켰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시국사범 성격이 짙은 7개 집회 사범자 107명이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집회(30명) △밀양 송전탑 반대 집회(5명)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집회(19명) △한일 위안부 합의 반대 집회(22명) △세월호 관련 집회(11명) △광우병 촛불 집회(13명) △ 2009년 쌍용차 파업 집회(7명) 등이다. 지난 2017년 12월 단행된 첫 번째 특사에선 용산 참사 관련자 25명만이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사드 배치 사건의 경우 찬반 관련자 모두를 사면 복권 대상으로 삼았다. 또 2009년 쌍용차 파업 관련 직권남용 등 혐의로 처벌 받은 경찰관도(1명) 사면 복권 대상에 포함했다. 이번 특별사면을 사회 통합과 화목한 지역사회 복원 계기를 마련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은 “사드 찬반 집회 참여자 모두를 대상으로 검토한 것은 아니다”면서 “기준에 따라 검토하다보니 결과적으로 사드 집회 관련자만 포함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약자 배려 차원에서 특별 배려 수형자(25명)가 포함된 것도 이번 사면의 특색이다.
역대 특사 ‘단골 손님’ 측근 정치인·경제인 모두 배제
역대 특사 명단에 단골 손님으로 등장했던 재벌 총수나 측근 정치인 등은 모두 배제됐다. 3·1절 100주년 기념의 취지가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으로 훼손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애초 사면 검토 대상으로 회자됐던 이광재 전 통합민주당 의원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내란음모 사건으로 복역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대표는 모두 빠졌다. 첫 특사 때도 정몽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을 제외하고는 정치인 사면을 하지 않았다.
아울러 음주·무면허 운전 사범도 대상에서 빠졌다. 음주 운전자 처벌을 강화한 ‘윤창호법’이 제정된 상황 등을 감안, 사회적인 경각심을 제고하려는 취지다.
시민사회단체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인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재벌에 대한 사면과 정치 화합을 이유로 한 측근 정치인들에 대한 사면이 사면권 남용 논란을 불렀는데 이번 사면은 그런 데서는 자유롭다”고 평가했다.
일부 진보 진영에서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비롯한 양심수 석방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반발했다.
양심수석방추진위원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이석기 전 의원 등 모든 양심수 전원 석방은 적폐 정권이 무너뜨린 인권과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라며 “적폐 정권이 부당하게 사법처리한 국민들은 차별과 배제 없이 사면 복권되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