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개인범죄로 끝나버린 정부청사 무단침입 사건

  • 등록 2016-04-14 오후 10:11:33

    수정 2016-04-14 오후 10:11:33

[이데일리 이승현 김용갑 기자] 국가중요시설 ‘가’급(최상급)인 정부서울청사가 평범한 대학생 송모(26)씨에 의해 허망하게 뚫린 초유의 사건에 대한 경찰의 최종 수사결과가 14일 발표됐다. 올해 지역인재 7급시험 응시자인 송모(26)씨가 자신이 치룬 시험들의 시간을 부당하게 늘리고 문제지와 답안지를 훔쳤으며 서울청사에 수차례 들락날락거려 결국 성적과 합격자 명단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국정원 정보요원 뺨치는 수준이다. 심지어 그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부정을 저질렀다고 한다.

온라인에선 ‘인생 자체가 부정행위’·‘공무원 됐으면 온갖 편법으로 승진하고 뇌물 받을 사람’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만약 송씨가 일반 개인을 상대로 범행을 했다면 가해자에 대한 비난과 처벌, 피해자 보호 및 지원 정도로 사건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피해자가 정부라는 점이 다르다. 정부라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사전대응을 제대로 했는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서울청사를 비롯해 전국의 정부청사에 대한 방호 및 정보보안 업무는 행정자치부가 맡는다. 구체적으로 청사경비는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정부서울청사경비대의 업무이다. 공무원 시험 주관은 인사혁신처의 소관이다.

그러나 지난 5일 언론 보도로 이 사건이 처음 알려진 뒤 최종 수사결과가 나온 14일까지 정부 부처에서 명확한 대책을 내놓거나 책임지는 자세를 보였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정식 수사단계를 의미하는 입건된 공무원은 아예 없다.

송씨는 서울청사를 5번이나 제 집처럼 드나들고 지역인재 7급시험 담당 공무원의 컴퓨터를 9시간 이상 사용했다. 의무경찰들에 대한 부실한 출입확인과 청소용역직원들이 편의를 위해 사무실 도어락 비밀번호를 옆 벽면에 적어놓은 안이한 보안의식이 그의 범행을 도왔다.

송씨가 서울청사에 침입한 시기인 3월은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전국에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한 무렵이다. 이번 사건을 공무원이 너무나 되고 싶었던 20대 남성의 기이한 개인적 범죄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책임지지 않는 공무원들을 보고 있으니 이러한 사고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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