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권리는 이제 기본권"…디지털 권리장전 만든다

내년 9월 성안 목표…디지털사회기본법도 추진
플랫폼 노동자·알고리즘 투명성 등도 논의
플랫폼 기업 "취지는 공감하지만 규제로 작용하진 않아야" 우려
  • 등록 2022-11-30 오후 7:22:32

    수정 2022-11-30 오후 7:22:32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30일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열린 제13차 디지털 국정과제 연속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정부가 디지털사회에서도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디지털 권리장전’을 만든다. 디지털 격차가 정보 불평등을 넘어 생존권에 직결될 정도로 디지털 기술의 영향력이 커진 상황이다. 이 가운데 메타버스와 인공지능(AI), 가상자산과 같은 신기술은 무엇이 권리이자 책임이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부는 디지털 권리장전을 통해 이같은 변화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보편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플랫폼 기업 측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이 기업의 경영의지를 꺾는 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줄 것을 강조했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30일 서울중앙우체국 디지털 국정과제 연속현장간담회를 주재하면서 “디지털 시대의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기 위한 디지털 권리장전이 필요하다”며 “폭넓은 의견 수렴과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는 과정이 중요한 만큼 관련 내용을 충분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월 뉴욕대 킴멜 센터에서 “디지털기술이 자유, 연대, 인권과 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가 아니라 힘과 이익의 지배만 받게 된다면 디지털기술은 통제 권력이 돼서 인류의 자유를 훼손할 것”이라며 “디지털기술이 자유를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규범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디지털 권리장전은 이른바 ‘뉴욕구상’에 대한 후속조치로서 과기정통부는 내년 9월 성안을 목표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실무 태스크포스(TF)에서 만들고 있는 초안의 방향성을 공개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디지털 권리장전은 어디까지나 권고안이 법적인 구속력은 가지지 않는다. 권리장전(Bill of Rights)이 영국의 군주주의 종결을 선언하며 의회주의의 법적 기반이 됐듯 디지털 권리장전 역시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가이드라인으로서 다양한 법과 제도에 녹아들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법제화가 필요한 부분은 따로 디지털사회기본법에 담을 예정이다.

TF에 참여하고 있는 김명주 서울여대 교수는 이날 발제를 통해 “메타버스 윤리·AI윤리·인터넷윤리·국내 법 규정 등을 포괄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인권이라는 최고 가치 위해 자유·공정·연대라는 가치 등을 담고 있는지, 또 관련 해외 유사사례와 비교하면서 초안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홍선기 독일정치경제연구소 공법 및 인권법 연구위원장은 2016년 유럽연합(EU)에서 제안한 ‘디지털 기본권 헌장’을 설명했다. 디지털 기본권 헌장은 △인간의 존엄성 △자유 △평등 △정보보안 △표현의 자유 △알고리즘 투명성 △인공지능(AI) 윤리 △투명성 △망 중립성 △잊혀질 권리 △디지털 교육 △아동보호 △노동 등 총 22조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 디지털권리 현장 역시 EU의 디지털기본권헌장을 상당 부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이외 플랫폼 노동자 문제 등도 현재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토론자들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이를 대비하기 위한 규범들이 제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도 ‘디지털 권리장전’ 마련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데 대체적으로 공감했다. 다만 디지털 권리장전이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이를 이행하기 위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이를 위한 책무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해당 권리장전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것을 우려했다. 그는 “지금 시대에 디지털 권리를 억압하는 군주는 누구인가”라며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디지털 디바이드 격차 해소”라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폰이 비싸서, 통신료 부담으로 디지털을 활용하지 못한다면 이건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꼬집었다.

30일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열린 제13차 디지털 국정과제 연속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과기정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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