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만 사라지는 공인인증서 독점…민원서비스도 간편 비밀번호로

`천송이 코트` 논란에 폐지론 대두…여전히 생활 전반서 사용 불가피
계급장 떼고 공정 경쟁…생체인증·블록체인 등 다양한 수단 기대
여전히 우월한 지위 가능 우려도…“평가인정제도 명확한 기준 필요해”
  • 등록 2020-05-19 오후 5:02:11

    수정 2020-05-20 오전 8:03:08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이후섭 이승현 기자] 최근 긴급재난지원금 조회에만도 30분 이상을 잡아먹어 분통을 터뜨리게 만들었던 공인인증서. 편리함과 간편함을 추구하는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구시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공인인증서가 21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공인인증서의 독점 지위를 폐지하는 전자서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생체인증, 블록체인 등 다양한 전자서명 수단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천송이 코트` 논란에 폐지론 대두…여전히 생활 전반서 사용 불가피

공인인증서 독점 효력을 폐지해 다양한 인증서비스 기술 활성화를 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오는 20일 국회 본회의에사 차리될 전망이다. 지난 7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를 통과했고, 개정안에 대해 여야간 이견이 없는 만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무리 없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인인증서는 지난 1999년 도입된 이후 정부와 공공기관 등에서 독점적으로 사용돼 왔다. 하지만 발급 절차가 까다롭고 각종 플러그인을 요구해 보안취약점을 노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특히 박근혜 정부 시절 `천송이 코트` 논란으로 공인인증서 폐지론이 대두됐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본 중국 시청자들이 드라마 속 주인공이 입고 나온 코트를 사려고 해도 인터넷 쇼핑몰에서 공인인증서 때문에 구매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2015년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을 폐지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공인인증서 폐지를 대선 공약을 내걸은데 이어 2018년 정부가 직접 법안을 발의해 공인인증서 독점 폐지를 추진해왔다.

그럼에도 가족관계증명서 등 각종 민원 서류를 발급받거나 연말정산을 위해 국세청 사이트에 접속할 때, 주택 청약 등 생활 속 각종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공인인증서 사용이 불가피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공인인증서 발급건수는 지난 2016년 3544만건에서 2017년 3792만건을 거쳐 지난해 4198만건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올 들어 지난 4월 기준으로 4418만건에 달한다.

계급장 떼고 공정 경쟁…생체인증·블록체인 등 다양한 수단 기대

그러나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고 나면 그간 과기정통부 장관의 지정을 받아 공인인증서를 발급했던 금융결제원·코스콤·한국정보인증·한국전자인증·한국무역정보통신 등 5개 발급기관과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기반의 카카오페이 인증, 이동통신 3사와 핀테크 보안기업 아톤이 함께 서비스하고 있는 PASS인증서 등 모두 공인 혹은 사설 인증 꼬리표를 떼고 `전자서명`이라는 동일한 이름 하에 경쟁을 펼치게 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전자서명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공인인증서를 사용하고 있는 정부 부처로부터 의견을 들었고, 이번 개정안에는 일부 기관이 관련된 법에서 기존 `공인전자서명`으로 규정돼 있던 부분을 전자서명으로 수정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기존에는 굳이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서비스들도 공인인증서를 요구했는데, 법 개정 이후에는 각 기관이나 사업자들이 사용자의 니즈에 맞춰 간편인증이나 생체인증 등의 새로운 방식을 도입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온라인 쇼핑 시 본인 확인만 거치면 간편결제를 통해 상품 구매가 가능한 것처럼, 정부의 민원서비스도 간편하게 비밀번호만 입력하고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015년부터 의무 사용이 없어진 금융권에서는 현재 자율적으로 인증 방식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대다수 은행들은 모바일에서 자금 이체 시에도 공인인증서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데스크탑이나 일부 모바일에서 공인인증서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곳들이 있긴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공인인증서는 경쟁에서 점차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회사들이 자체적으로 인증 방식을 선택해 사용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개정안이 통과되면 좀 더 간편한 인증방식이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전히 우월한 지위 가능` 우려도…“평가인정제도 명확한 기준 필요해”

다만 개정안에는 대법원 등기 업무처럼 본인 확인에 대한 신뢰성이나 보안성이 강력하게 요구되는 분야를 위해 `평가인정제도`를 새로 마련했다. 기존 공인인증서에 준하는 수준의 전자서명 기술을 인정받아야지만, 해당 공공 영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한 것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인증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본인들의 전자서명 기술이 `실지 명의`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됐다는 것을 증명하는 제도”라며 “예를 들어 사법부 관련된 서비스들은 소송 등에 증빙자료로 첨부될 수 있어 확실한 본인 인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해당 제도가 표현만 바꿨을 뿐이지, 공인인증서의 지위를 계속 뒷받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공공·민간 영역에서 차별 없이 활용될 수 있도록 시행령에서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 통과 후 평가인정제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의 공인인증기관 평가 기준을 유지하면 인증체계 구축 및 운영의 부담이 전자서명 사업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공공기관이 사설 인증을 도입할 경우 자체적으로 나서 인증체계를 구축하던지, 아니면 이미 구축돼 있는 플랫폼 기반 인증서를 활용할 것인지 등을 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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