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협치 실종한 20대국회…이번엔 국회의장發 파행

정세균 국회의장 朴정부 정면비판
與, 반발하며 집단퇴장…해임촉구도
본회의 파행하며 추경처리도 무산
  • 등록 2016-09-01 오후 5:29:15

    수정 2016-09-01 오후 6:20:05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여야가 20대 국회에서 다짐했던 ‘협치’가 정기국회 시작과 동시에 사라졌다. 발단은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였다. 정 의장이 이날 정기국회 개원식 개회사에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퇴진’ ‘사드 배치 반대’ 의사를 밝히며 박근혜 정부를 정면 비판했다. 이에 새누리당은 정 의장을 사과를 요구하며 20대 국회 의사일정 전면 거부를 선언했다. 급기야는 ‘국회의장 사퇴촉구결의안’ 제출이라는 초강경 카드까지도 거론됐다.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가 첫날부터 파행이라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한 것이다.

정세균 의장, 사드·우병우 언급하며 朴정부 정면 비판

정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개회사를 통해 “최근 우병우 민정수석과 관련한 논란은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자리는 티끌만 한 허물도 태산처럼 관리해야 하는 자리”라며 우병우 수석의 자진사퇴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이어 사드배치와 관련해 “사드배치의 불가피성을 떠나 우리 내부에서의 소통이 전혀 없었다”며 “북한의 잘못된 선택에 대한 응분의 제재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남북이 극단으로 치닫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꼬집었다. 사드배치를 둘러싼 여야의 찬반양론과 관련해 사실상 야당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정 의장의 발언에 새누리당은 고성을 지르고 강력반발했다. 이후 본회의장을 집단 퇴장했다. 곧바로 긴급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열고 후속대책에 나섰다. 최고위에선 정 의장의 해임촉구결의안을 당론으로 채택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강석호 최고위원은 “여당 의원의 숫자가 적지만 상징성 차원에서라도 결의안을 채택하겠다”고 했다.

與 ‘사과 없으면 의사일정 전면 거부’ vs 野 “여당이 잘못”

곧이어 열린 의총에서도 정 의장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정현 대표는 “중증의 깊은 대선병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내년 대선에서 본인이 나가든 자기가 과거 소속된 정당이 집권하기 위해서든 대권병 이외에 다른 걸로 해석이 안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도발”이라고도 했다. 김무성 전 대표도 “정 의장이 굉장히 예민한 부분을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의도적으로 이야기 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정진석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진행을 의장에게 맡길 수 없다”며 “개회사에 야당의 당론을 아무 거리낌 없이 담아서 편향적으로 일방적으로 늘어 놓는 게 의장의 개헌사냐”고 반문하면서 “역대 의장 그 누구도 이런 개헌사는 없었다”고도 비판했다. 이밖에도 “공적인 자리를 자신의 정치적 사욕에 악용했다”(하태경 의원), “정 의장은 국회의장의 자격이 없다”(권성동 의원), “본회의를 파행하겠다고 작정했다”(조원진 의원) 등의 성토 발언이 나왔다.

반면 야당은 새누리당의 태도를 비판하며 추가경정예산안의 본회의 처리를 촉구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파행 직후 가진 긴급기자회견에서 “집권여당이 국회의장 발언을 문제 삼아 정기국회 일정을 보이콧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했다. 특히 “귀에 거슬리는 말을 했다고 국회 일정 전체를 보이콧하는 게 집권여당의 태도냐”며 “우 수석을 지키는 것이 추경안 통과, 대법관 인준보다 더 소중하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엑설런트, 최고의 개회사를 했다”며 거들었다. 이어 “민주주의라는 게 무엇이냐. 집권여당은 책임을 지고 국정과 국회를 이끌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자기들의 의사에 반한다고 해서 퇴장하고 추경 통과를 보이콧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여야 강대강 대치…경색 정국 당분간 이어질 듯

여야가 정기국회 첫날부터 기싸움을 벌이면서 정부에서 국회로 넘어온지 38일째인 추경 처리 일정도 불투명하게 됐다. 새누리당이 정 의장의 사과와 재발방지 조치를 요구했지만 정 의장은 “국회의장이 국민을 대신해서 말씀 드린 것”이라며 맞서는 상황이라 타협점 도출이 쉽지 않다. 이때문에 여야는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당분간 냉각기를 가질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김정재 새누리당 대변인은 ‘추경 처리가 파기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추경을 처리할 수 없다. 부의장이 대신 의사봉을 잡는 등 다른 대안을 생각 중”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선 추경처리와 함께 △김재형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2015회계연도 결산 △교육용 전기요금 인하 촉구 결의안 등 22건의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었지만 국회 파행으로 무기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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