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자본시장법)을 심의중인 국회 정무위원회는 의원들간 이견차로 법안소위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정기국회 마감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사실상 이번 회기에선 합의가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이달중 임시국회 개회를 기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지주사 본사 소재지를 부산에 둔다`는 정부안에 대해 이견이 첨예하기 때문이다.
당초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지난달 24일 열린 법안심사소위에서 합의되는 듯 보였다. 소위에 소속된 의원 10명은 여야를 막론하고 한목소리로 “부산을 지주사 소재지로 못박는 조항은 이상하다”고 했다. 10명 중 부산 지역구 의원은 없었다. 법안의 다른 내용은 이미 여야간 합의가 이뤄졌던 바 다음 소위에서 이 부분을 재논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7일 지도부 협상 자체가 결렬되면서 자본시장법을 포함한 굵직한 경제법안들이 모두 의결에 실패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실 민간회사의 본점 소재지는 정관에서 정하는 것이 원칙이며 법령에 명시한 사례는 한 번도 없다”면서 “그럼에도 여러 방법을 통해 법 통과를 위해 노력했는데 합의가 안된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법 통과가 사실상 좌초되면서 거래소가 법 개정에 맞춰 준비 중이던 한 조직 개편 작업도 동력을 잃었다. 야심차게 법안을 추진하던 금융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이 늦어질 경우 별도의 대안을 검토할 예정이지만 지금으로선 없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거래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데 있어서 본사를 어디에 두느냐는 극히 지엽적인 문제일 뿐”이라며 “경제논리가 배제된 채 정치적 이슈로 퍼지며 자본시장 발전을 막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