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찬현 변수 현재진행형‥여의도 정국 극한대치

  • 등록 2013-11-28 오후 6:21:10

    수정 2013-11-28 오후 6:40:17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상정돼 투표가 진행되자 강창희 의장에게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정남 이도형 정다슬 기자] 여의도 정가가 꽁꽁 얼어붙을 전망이다. 새누리당이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사실상 단독 처리하면서 민주당이 당장 의사일정 전면중단을 선언하는 등 반발이 극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두고 법률적 해석으로도 맞서고 있어 연말 대치국면을 키울 씨앗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與, 감사원장 단독처리 강행‥野 국회 보이콧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한 무기명 찬반투표를 벌였다. 전체 159표 중 154표가 찬성했는데 이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투표로 관측된다. 사실상 새누리당의 단독처리인 셈이다. 반면 민주당(127석)과 통합진보당(6석), 정의당(5석) 소속 의원들은 표결에 나서지 않았다.

새누리당이 정치적 부담감을 무릅쓰고 단독처리를 강행한 것은 감사원장 공백이 더는 길어져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양건 전 원장이 지난 8월26일 중도 사퇴한 이후 감사원장 공백은 4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양 전 원장을 대신한 성용락 감사원장 직무대행의 임기도 다음달 15일이면 만료된다.

내달 15일까지 새 감사원장이 임명되지 않으면 감사원법상 7명 정원인 감사위원이 4명까지 줄어들게 된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그런 상황까지 간다면 감사원의 업무가 사실상 마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의 의중이 이날 단독처리에 반영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정쟁이 오래돼 국민적 피로감이 커졌다”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속도감을 높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 표결 중에 “국회의장이 날치기를 하고 있다”, “체육관선거도 이것보다는 낫다” 등의 발언을 하면서 저항했다. 박수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본회의 직후 국회 브리핑에서 “강창희 국회의장과 새누리당이 저지른 만행은 국회 치욕의 역사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의사일정 전면 보이콧 카드도 꺼내들었다. 민주당은 본회의 이후 곧바로 의원총회를 열고 이같은 결론을 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은 야당과 민의를 깡그리 무시하는 안하무인식 의회폭거를 대하면서 의회 일정에 임하는 것이 더이상 무의미 하다는 결론에 따라 내일부터 의사일정을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법률해석 다툼 여지도‥정국대치 최고조

황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는 향후 여의도 정가에서 계속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이날 표결을 두고 “명백한 국회법 위반”이라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쟁점은 본회의 진행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인사 문제에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다. 필리버스터는 다수당이 법안을 강행 처리하려 할 때 소수당 의원들이 연설 등을 통해 의사진행을 저지할 수 있는 제도다.

민주당은 당초 새누리당의 단독처리 강행 움직임에 필리버스터 카드를 검토했고, 곧바로 강 의장에게 무제한 인사토론 요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강 의장은 “인사에 대한 토론요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면서 거부해 표결을 강행했다.

이에 민주당은 당장 법적조치를 천명했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박범계 의원은 “어떠한 안건이라도 무제한토론이 보장돼야 한다”면서 “임명동의안 처리가 무효이며, 감사원장 직무효력을 정지하는 가처분신청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인사문제에 있어 무제한토론이 없었던 것은 관례이므로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회법상 의안 성격을 두고 필리버스터를 제한한 조항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이 문제가 추후 대치정국의 씨앗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회 고위관계자는 “법적으로는 필리버스터가 안되는 건은 따로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인사문제는 필리버스터 대상이 아니라는 건 처음 듣는 얘기”라면서 “(표결강행은) 국회의장이 단독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향후 여야 정국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의 의사일정 보이콧에 따라 당장 예산안과 각종 법안 처리도 난항에 빠질 것으로 관측된다. 가뜩이나 얼어붙은 여야 대치정국이 이날을 계기로 극한대치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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