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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300억원을 투입해 차가 다니는 한강대교 남단(노들섬~노량진)의 쌍으로 놓인 다리 사이 공간 위로 폭 10.5m, 길이 500m의 보행교를 건설한다고 20일 밝혔다.
‘백년다리’라고 명명한 한강대교 보행교는 노량진 방향으로는 내년 초 철거 예정인 노량진 고가차도와 연결하고, 노들섬 방향으로는 자동차전용도로를 건너기 위해 막혔던 노들섬 동쪽과 서쪽을 잇는 보행육교와 연결한다. 공사를 마무리하면 노들섬에서 노량진 일대까지 차로를 건너지 않고 걸어갈 수 있는 인도가 생긴다.
백년다리에는 한강과 주변 경관을 360도로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를 비롯해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광장, 잔디밭 등 휴식공간을 조성해 오늘 9월 문을 여는 노들섬 복합문화공간과 함께 다리 자체를 관광자원으로 만들 예정이다.
백년다리가 놓이는 한강대교는 1917년 한강인도교라는 이름으로 개통했다. 명칭에서 보듯이 사람이 걸어서 강을 건널 수 있도록 설계한 다리였다. 한강인도교를 세우는 과정에서 다리를 지탱하기 위해 강 중간에 둑을 쌓으면서 형성된 인공섬이 현재의 노들섬이다. 한강인도교와 노들섬은 한강변 명물로 자리를 잡으며 서울시민의 산책 코스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한강인도교는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사흘 만에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로 폭파해 서울을 떠나는 피난민들의 발목을 잡았다.
서울시가 다시 한강대교에 보행교를 설치해 한강인도교를 사실상 복원하는 배경에는 박 시장의 ‘걷는 도시 서울’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2017년 5월 서울역고가를 보행교로 리모델링 한 ‘서울로7017’ 개장을 앞두고 “1970년대 산업화시대를 상징하던 자동차 전용도로인 서울역고가는 이제 사람만 다니는 보행로로 변화했다”며 “서울을 보행친화도시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박 시장은 한강대교 보행교 설치에 대해서도 “100여 년 전 한강인도교의 보행 기능을 복원하는 역사적 의미와 함께 ‘걷는 도시 서울’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노량진 일대의 지역재생을 견인하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2009년 한강 교량 9곳에 의욕적으로 설치했던 전망 카페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이유도 결국 접근성과 한강 교량 주변의 구체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던 탁상행정 탓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강대교 보행교 설치와 동시에 노들섬과 한강대교를 중심으로 동·서로 이어지는 ‘한강 변 보행 네트워크’를 조성해 이 일대 보행환경을 대폭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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