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에는 태생적으로 취약해 ‘일시적 휴전’ 관계가 얼마나 이어질지는 여전히 안갯 속이다.
‘反트럼프’ CEO들의 태세 전환 ‘눈길’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트럼프타워에서 ‘테크놀로지 컨퍼런스’를 열고, 13명의 IT기업 CEO들을 만나 90분 간 대화를 가졌다. 트럼프 행정부가 IT 산업 정책에 대해 기업들로부터 공감대를 얻기 위한 자리로 풀이된다.
대부분의 실리콘밸리 CEO들은 미국 대선에서 보호무역주의와 이민 및 반독점 규제 강화 등을 내세운 트럼프 당선인을 거세게 비난하며, 트럼프 당선인의 라이벌이었던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막대한 후원금을 지원했다.
이날 컨퍼런스에는 팀 쿡 애플 CEO,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지니 로메티 IBM CEO,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 알파벳(구글)의 래리 페이지 CEO와 에릭 슈미트 회장,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야 나델라 CEO와 브래드 스미스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인텔, 오라클, 시스코시스템스의 수장들도 자리에 함께 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의 대주주인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는 “혁신을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는 정부의 의견에 동의한다”면서 “이는 미국 전역, 각 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화답했다.
베조스 CEO의 발언은 그가 트럼프 당선인과 대립각을 세워왔던 터라 눈길을 끌었다. 앞서 대선 기간 중 트럼프 당선인은 베조스 CEO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워싱턴포스트를 샀다며 “대통령이 되면 두고보자”고 엄포를 놨다. 베조스 CEO는 이에 “민주주의를 침식시키는 행위”라며 반박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인으로 확정된 이후 그의 태도가 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컨퍼런스에 참석한 지니 로메티 IBM CEO의 행보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그는 전날 “향후 4년 간 미국에서 2만5000명을 고용하고,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기 전에 ‘눈도장’을 찍기 위해 선제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기간 중 일자리를 해외로 옮기는 회사로 IBM과 애플을 지목한 바 있다.
‘일자리 창출’에 방점 논의..긴장감 여전
이처럼 컨퍼런스는 트럼프 당선인이 먼저 회유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고, 일자리 창출, 중국, 세금 감면, 사회 기반 시설 및 이민정책 등에 대한 대화가 오갔다.
하지만 어느 정도 관계를 회복한 것처럼 보이는 외견과는 달리, 논의가 혁신보다 일자리 창출에 더 큰 방점이 찍히면서 양측 간 긴장 관계는 여전히 팽팽했다. 이는 IT 업계가 태생적으로 일자리 공급에 취약한 분야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 알파벳, 아마존, MS, 페이스북 등 미국 시가총액 상위 7위 안에 드는 IT 기업들이 미국에서 약 60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반면, 월마트는 단독으로 150만명을 고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리콘밸리 CEO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현상유지’라고 관측했다. .
팀 쿡 애플 CEO는 “트럼프 당선인이 원하는 것들을 이루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얘기하길 기대했다”며 아쉬워했다. 대선 기간 중 트럼프 당선인은 “애플은 중국에서 철수해 미국에 큰 공장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