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예람 중사 '2차 가해' 중대장·군검사 항소심서 감형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고(故)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과 관련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중대장 김씨와 허위보고 혐의를 받은 군검사 박씨가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상부에 허위보고하고 사건을 축소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이 중사의 직속상관 김모 대대장은 2심에서도 무죄가 나왔다.

공군 내 성폭력 피해자인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 씨가 지난해 6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의 선고 공판을 마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설범식)는 28일 오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 김모 대대장의 선고기일을 열고 1심과 같이 무죄 선고했다.

재판부는 특검의 김 대대장에 대한 공소장 변경을 이유로 원심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재심리했지만 여전히 무죄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증거만으로는 김 대대장의 유죄가 입증되지 않는다며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설시했다.

앞서 안미영 특별검사팀은 김 대대장이 가해지 장 중사와 이 중사가 분리돼 있지 않았지만 분리돼 있다며 공군본부의 인사담당자에게 허위 사실을 보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아울러 일부 간부들이 사건을 은폐하려 한 사실을 알면서도 징계의결을 요구하지 않아 직무 유기 혐의도 적용됐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징계 의결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해서 2차 가해 방지 조치 의무를 방기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특검이 제출한 증거만으로 피고인이 허위사실을 보고했다거나 허위보고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의 고의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중대장 김씨와 군검사 박씨는 감형돼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는 각각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김 중대장은 이 중사가 성범죄 사건 이후 새로 전입한 15전투비행단 중대장에게 “이 중사가 좀 이상하고 관련 언급만 해도 고소하려 한다”며 허위 사실을 말해 이 중사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았다. 군검사 박씨는 성범죄 사건의 수사에 즉각 착수하지 않고 피해자 조사를 자신의 편의에 따라 연기하고도 피해자 측의 요구가 있었다며 상부에 허위로 보고해 직무 유기 혐의가 적용됐다.

재판부는 김 중대장의 허위 사실 적시와 2차 가해 행위에 대해서 따끔히 지적하면서도 적극적으로 허위사실을 전파하려 하진 않았다며 원심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이에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형 집행유예를 내렸다.

군검사 박씨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허위보고로) 조사가 지연된 사실을 파악하는데 혼선을 빚었고, 법무실에서 사건 지연 이유를 재차 물어봐 시정할 기회가 있었는데도 일관했다”면서도 “이 범행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주된 원인이라고 하긴 어렵고 자신의 불성실 직무 수행으로인한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진실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감형했다.

고 이예람 중사는 2021년 3월 가해자 장모 중사로부터 강제추행 피해를 당한 뒤 같은 해 5월22일 20전투비행단 영내 관사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 중사는 지난 2022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