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발사주 사건은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 검사장이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야권에 사주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손 검사장이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황희석 전 열린민주당 최고위원,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당시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검찰 고발을 사주했다는 내용이다. 검찰이 여권에 부정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고발을 사주 했다는 게 이 사건 의혹의 핵심이다.
2심 재판부는 손 검사장이 직접 고발을 사주 했다기보다 윤 대통령 등 당시 검찰 상급자가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수처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김웅에게 도달한 메시지가 피고인이 보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피고인이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보고 형식으로 전달했다고 보는 것는 더 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
실제 이날 판결문에는 ‘검찰총장 등 상급자’라는 표현이 37차례 등장했다. 고발사주 사건이 일어났던 당시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을 수행하고 있었다. 즉 손 검사장에게 보고받은 상급자가 김웅 국민의힘 전 의원과 소통했을 가능성이 있고, 김 전 의원이 제보자 조성은씨에게 이 메시지를 전달한 것도 이 상급자의 개입이 있었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2심은 “메시지 전송 전후로 전화로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협의하는 것이 상식에 맞으나 피고인과 김웅이 직·간접적 연락했다고 볼 만한 부분이 없다”며 “공수처는 피고인과 김웅이 텔레그램으로 연락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단순한 추측과 가능성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아니라 상급자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의 고발을 기획하고 그 전달자로 김웅을 선택한 뒤 긴밀하게 연락을 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수사정보정책관의 지위에서 검찰총장 등 상급자의 지시에 의해 기존에 수행하던 다른 업무(주요 재판부 분석 문건, 장모 대응 문건 등)의 연장선 상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이 사건 각 메시지를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보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건 충분히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했다.
특히 재판부는 손 검사장과 김 전 의원이 사법연수원 동기이긴 하지만 친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언급하며 “김웅이 자신보다 연수원 기수가 더 높은 사람이거나 검찰에서의 상사나 선배였던 사람 또는 자신의 선거운동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 등에게서 그러한 부탁을 받고 이에 따라 조성은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게 더 자연스럽다”고 했다.
재판부는“검찰 내에서 1, 2차 각 고발장을 마련한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 사회적으로 커다란 논란을 일으킬 여지가 있어 보안을 유지하며 은밀하게 진행할 필요성도 있었다고 보인다”며 “보안성 높은 텔레그램을 통해 이른 아침부터 메시지를 검찰총장 등 상급자에게 보고한다는 게 꼭 그렇게 이례적이라고 보이진 않는다”고 부연했다.
고발사주 건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이래 첫 유죄 판결을 받아 낸 사건으로 기록됐으나, 2심에서 다시 판결이 뒤집어졌다.
공수처는 판결 직후 판결문 분석 후 상고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손 검사장은 “아직 재판이 끝나지 않았다”면서도 “충실한 심리 끝에 무죄 선고를 내려주신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