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잠실주공5단지 조합 “박원순시장 행정갑질에 주민 죽어난다”

9일 오후 서울시청 앞서 항의 집회
"도계위 수권소위서 고의로 사업 지연"
서울시 "절차대로 진행… 이르면 내달 상정"
  • 등록 2019-04-09 오후 3:53:42

    수정 2019-04-09 오후 3:53:42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원들이 9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여 재건축 정비계획안 심의 상정을 촉구하는 항의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김기덕기자)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서울시 말만 믿고 다 따랐는데 결국 재건축 초과이익환수금과 과도한 무상기부채납 등 천문학적인 피해만 입게 됐습니다. 각종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의 횡포를 더이상 좌시할 없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서울 강남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주민들이 집단 행동에 나섰다. 서울시가 부동산시장 과열을 우려해 재건축 첫 심의 단계인 도시계획위원회(수권소위원회)에서 사업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며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정복문 잠실주공5단지 조합장은 9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정비계획안 설계 관련)국제설계공모를 하면 각종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건축심의까지 일괄 인가해주겠다는 박 시장의 말은 결국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잘못된 부동산정책으로 촉발된 가격폭등 책임을 선량한 조합원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공권력의 횡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통의 요지인 송파구 잠실역 인근에 자리한 잠실주공5단지는 한강변 35만8000㎡면적에 들어선 대단지다. 이 단지는 2017년 단지가 속한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용도 상향하는 서울시 일부 심의를 통과, 기존 15층 높이의 아파트(3930가구)를 최고 50층(6401가구)으로 짓기로 했다. 박 시장 부임 이후 ‘35층 룰(일반주거지역 내 아파트 최고 층수 35층 제한)’을 뚫고 초고층 아파트 건립이 가능해진 첫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당초 서울시 심의에서 세부적인 건축물 용도나 디자인, 배치, 토지이용계획 등을 국제현상공모를 통해 정하기로 했다. 사실상 이를 거치면 본회의 재상정 없이 도계위 통과가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이후 번번이 수권소위에 상정 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 조합장은 “지난해 조합 총회를 거쳐 국제현상공모 설계안을 채택해 송파구청 제출, 시 수권소위 상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묵묵부답인 상황”이라며 “설계업체가 이미 선정됐음에도 서울시가 차일피일 미루며 심사 진행이 전혀 안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합측은 국제현상공모 당시 설계업체 선정 과정에서 시의 비공정성을 꼬집기도 했다. 잠실5단지 조합 관계자는 “시 요구를 울며겨자먹기로 따랐지만, 마지막 최종 심사장에서는 말도 안되게 조합관계자를 출입금지 시켰다”며 “돈은 조합에서 내고 업체는 밀실에서 시가 선정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잠실5단지 주민들은 사업 지연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한다. 잠실5단지에 20년째 살고 있는 한 주민은 “우리 단지에는 4000여명의 조합원 중 70세 이상 조합원이 1300명이나 살고 있는데 개발 이익만을 노린 집단 이기주의적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불편하다”며 “허구헌날 녹물이 나오고 승강기 고장이 나는 아파트 보다 새 아파트에 살고 싶은 마음이야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서울시는 절차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동안 사업이 지연된 것은 교육환경영향평가와 국제현상공모작 선정이 늦어지게 된 결과”라며 “지난달 최종 정비계획안이 송파구에 제출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 시에 접수되지 않았다. 이르면 내달 소위원회를 열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잠실주공5단지 집값은 최근 하락세다. 지난해 역대 최고가 수준인 19억1000만원에 거래된 잠실주공5단지(전용 76㎡형)는 올 2월 16억5500만원으로 2억5000만원 가량 가격이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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