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폰이 아닌 증강현실 플랫폼'..최초 AR폰 써보니

레노버의 증강현실(AR) 스마트폰 ‘팹2 프로’를 통해 구현한 가상의 ‘태양’ 영상. 스마트폰으로 우주와 태양계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단순한 스마트폰이 아니라 신개념 증강현실(AR) 플랫폼입니다”(강용남 한국레노버 대표)

한국레노버가 5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구글의 증강현실 기술인 ‘탱고(Tango)’를 탑재한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 ‘팹2 프로’를 공개했다. 이날 살펴 본 팹2 프로는 구글의 미래 증강현실 기술에 대한 야심을 엿볼 수 있는 기기이자 플랫폼이었다.

AR은 가상현실(VR)의 한 분야로 실제 환경에 가상 사물이나 정보를 합성해 원래의 환경에 존재하는 사물처럼 보이도록 하는 컴퓨터 그래픽 기법이다. 최근 세계적인 광풍을 일으킨 AR 게임 ‘포켓몬 고’로 대중들에게도 친숙하다. 올해는 가상현실의 원년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미래 시장 전망은 증강현실이 더 유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2020년 증강·가상현실 시장 규모가 160조원인데 증강현실만 1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탱고’는 구글이 오랫동안 공들여 개발한 증강현실 프로젝트로 AR 센서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휴대폰이나 태블릿에 공간 지각력을 부여하는 기술로, 가령 집안에 가구를 실제로 배치해보지 않고도 AR 기능이 탑재된 카메라 촬영을 통해 가상의 가구를 이리저리 배치해 볼 수 있다.

팹2 프로를 일단 쥐어 본 소감은 ‘크다’다. 화면 사이즈가 무려 6.4인치 초고화질 QHD(2560X1440)다. 현재 가장 큰 사이즈인 삼성 ‘갤럭시노트7’이 5.7인치니 손가락 한 마디정도 더 큰 셈이다.

이렇게 제품이 큰 이유는 현재 증강현실이 게임쪽에서 먼저 소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포켓몬 고’뿐만 아니라 ‘배틀플래거’ 등 증강현실 게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전시장에 비추니 화면에 게임이 뜨고 마치 실제 상황 속에 가상의 캐릭터들이 뛰어 노는 모양새를 연출한다.

이를 위해 ‘팹2 프로’는 후면에 3D 이미지 랜더링이 카메라 3대를 장착했다. 이 카메라들은 주변의 물건이나 공간을 초당 25만회 이상 측정하는 센서를 통해 스마트폰에 비춰진 환경을 3D로 변환시킨다. 탱고의 모션 트래킹(Motion Tracking), 심도 인식(Depth Perception), 공간 학습(Area Learning) 등의 기능을 통해 현실과 가상을 동시에 구현하는 것이다.

사람의 신장을 측정할 수 있는 재미있는 기능도 있었다. 피사체의 발끝에 포커스를 맞추고 정수리 부분을 터치하면 신장이 176cm로 측정됐다. 허리둘레, 가슴둘레도 잴 수 있었다.

강 대표는 “증강현실을 구현하려면 대화면 스마트폰이 필수다. 현재 게임을 많이 즐기는 이용자의 스마트폰 기능별 이용 비중을 살펴 보면 5%가 통화, 70%가 게임”이라며 “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사실상 게임기이고 팹2 프로는 이런 분들에게 가장 값어치 있는 제품”이라고 전했다.

‘팹2 프로’로 실제 현실 영상에 증강현실 게임을 띄운 모습. 다양한 참여자들이 색다른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재미’, ‘게임’ 외에도 실생활과 산업 현장, 교육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기능도 구현했다. 이 제품을 통해 매장에서 구입하고자 하는 가구의 크기를 감지하고 집의 공간과 비교해 가상으로 배치해볼 수 있으며 가상의 애완동물도 키울 수 있다. 쇼핑몰처럼 복잡한 실내 공간에서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

구글과 2015년부터 관련 협력을 진행 중인 SK텔레콤(017670)의 차인혁 플랫폼기술원장은 “레노버로부터 수개월 전부터 기기를 확보해 다양한 AR 서비스를 연구 중”이라며 “의료법상 현재는 불가능하지만 증강현실 영상을 통해 원격으로 환자를 진료하거나, 태양계 행성을 실제 탐구하도록 하는 교육 서비스가 현재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팹2 프로’를 시작으로 증강현실 기술의 대중화를 위한 생태계를 조성하고, 지속적인 혁신을 실현해 나가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팹2프로는 800만 화소 전면, 1600만 화소 후면 카메라, 4050mAh 배터리, 퀄컴 스냅드래곤 652 프로세서, 64GB 메모리를 탑재했다. 출고가는 59만9000원으로 G마켓을 통해 단독 판매된다. 한국레노버는 G마켓과 함께 6일부터 ‘슈퍼브랜드 딜’이라는 출시 기념 이벤트를 열고, 가격 할인 혜택을 비롯한 다양한 사은품을 증정한다.

‘팹2 프로’ 증강현실을 통해 사람 키와 신체 사이즈를 측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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