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이 떡볶이를 먹은 부산의 한 분식집에서 대통령의 흔적이 사라졌다. 12·3 불법 비상계엄 사태 이후 보수 정권의 핵심 지지층인 부산과 대구에서도 ‘대통령 흔적 지우기’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지난해 12월 6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재계 총수들과 함께 떡볶이, 튀김, 빈대떡을 맛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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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인 지난해 12월 6일 윤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과 함께 부산 중구에 위치한 깡통시장을 방문해 한 분식집에서 떡볶이를 먹었다. 당시 부산 엑스포 불발 후 시민 성원에 감사를 표시하기 위한 행보로, 이재용 회장의 ‘쉿’ 하는 익살스러운 모습 등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이 떡볶이를 먹었던 분식집은 가게에 대통령과 기업 총수들의 사진을 걸어뒀고, 이들이 방문한 다른 가게에서도 앞다퉈 사진을 걸며 매출이 급상승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이 분식집은 윤 대통령의 모습을 종이로 가렸고, 나중에는 사진을 아예 떼 버리고 기업 총수 모습만 담은 사진을 다시 인쇄해 붙였다. 이 분식집 상인은 23일 JTBC 방송에서 “하도 사람들이 뭐라고 해서 (뗐다)”라며 이 회장 사진만 아예 새로 붙였다고 전했다.
깡통시장의 또 다른 상인은 “계엄령 떨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 방문 영상이) 계속 틀어져 있었다”라며 “근데 지금은 저 집도 꺼져있고, 다른 집도 다 꺼져있다. 괜히 그것 때문에 서로 옥신각신하다가 큰소리 나면 난처하니까”라고 말했다. 이밖에 윤 대통령의 단골집으로 유명한 부산 국밥집도 기업 총수 이름이 붙은 의자는 그대로 두고 윤 대통령이 앉은 의자와 사진을 치웠다.
대구 칠성시장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윤 대통령과 손을 잡았던 상인은 “이건(계엄령) 아닌 것 같더라. 한 나라의 대통령님이 경솔하게 하셨구나. 조금 더 버티고 더 화합해서 하실 수 있었을 텐데 왜 계엄령까지 내렸을까. 잠깐의 그걸로 인해서 지금 우리가 너무 어렵다. 하루빨리 안정돼 나라가 좀 돌아가고 우리 소상공인들도 좀 더 장사가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