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퇴직연금 출자 허용' 검토…벤처업계 숙원 풀릴까

벤처 생태계 민간자금 유입 기대감 상승
''벤처투자=고위험 투자'' 부정적 인식에 막혀
"퇴직연금 벤처투자, 연평균 9% 수익률"
VC 자금 조달 숨통 기대…임기 내 달성은 ''글쎄''
  • 등록 2024-10-10 오후 6:07:14

    수정 2024-10-10 오후 6:07:14

[이데일리 마켓in 송재민 기자] 정부가 퇴직연금의 벤처투자 허용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하면서 국내 벤처 생태계에 민간자금 유입 가능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길어진 혹한기 속 펀딩에 어려움을 겪는 벤처캐피탈(VC)도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단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0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일 ‘선진 벤처투자 시장 도약방안’을 발표하면서 퇴직연금의 벤처투자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현재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출자는 불가능하다. 퇴직연금감독규정 제9조에 따라 비상장 주식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는 항목으로 규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업계에서 이야기하는 방안은 해당 조항에 대한 법령 개정을 통해 DB형 퇴직연금 적립금을 벤처투자조합·민간재간접벤처투자조합·신기술사업투자조합에 출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진=이미지투데이)
해당 조항에선 비상장 주식뿐 아니라 감독원장이 정하는 적격 해외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외국법인발행 주식에 대한 투자도 제외하고 있는데, 시장의 안정성과 유동성, 투명성을 검증할 수 없다는 근거를 들고 있다.

그간 벤처업계가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출자 허용을 꾸준히 주장해왔지만 반대에 부딪혀왔던 것도 비슷한 이유다. ‘벤처투자=고위험 투자’라는 인식이 강하고, 안정성과 투명성을 검증하기 어려운 투자로 알려져 있다. 통상적으로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신생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기 때문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수익률도 낮다는 인식이 대부분이다.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과 긴밀히 연결돼 있어 수익률이나 운용 방안 등에 있어 까다로운 분야로 꼽힌다. 현재도 퇴직연금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해당 법령 개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획재정부는 ‘선진 벤처투자 시장 도약 방안’ 발표를 통해 “벤처펀드는 고위험 투자라는 인식과 달리, 연평균 9%라는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같은 기간 국고채 수익률의 약 2배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벤처펀드가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내고 있지만 정부 모태펀드 등 소수 투자자 중심으로 시장이 조성된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고금리 여파로 출자자(LP)가 대체투자 분야 출자를 줄이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VC가 늘고 있어 민간 자본 유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펀드 결성 난도가 점차 올라가면서 연기금·공제회 등 출자사업에 선정돼도 나머지 자금 마련이 쉽지 않아 위탁운용사(GP) 자격을 포기하는 VC도 무더기로 속출하고 있다.

윤건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장도 지난해 임기 초기부터 퇴직연금의 벤처펀드 출자 허용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다만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임기 내 달성은 어렵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1주년 행사에서도 “퇴직연금이 330조 원이 넘는다는데 1% 수준인 3조3000억 원만 활용한다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며 “강제로 하는 것이 아닌 원하는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 1%는 확보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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