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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조진영 기자]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선출마를 선언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만났다. 정치권 대표 경제학자로 꼽히는 세 사람이 경제 문제 인식에 공감대를 보이면서 차기 대선에서 경제정책 연대가 가능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각각 경제민주화, 경제정의, 동반성장 등을 자신의 대표 경제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재벌개혁’ 한목소리 낸 세사람
김 전 대표와 유 의원, 정 전 총리는 2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긴급토론-한국경제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한국 경제의 문제와 해법에 대해 논의했다.
특히 이자리에서는 재벌문제에 대해 세 사람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토론자로 나선 유 의원은 “저성장·저출산 상황에서 국민들은 양극화와 불공정에 절망하고 있다”며 “앞으로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혁신이 필수적인데 재벌 위주 시장에서는 혁신이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유 의원은 재벌 특별사면에 대해서도 ‘절대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 전 대표도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재벌문제라는 점에 두 분 모두 인식을 같이 하는 것 같다”며 “재벌문제와 관련해서 제도를 아무리 만들어도 대통령의 의식이 그에 미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인들은) 재벌이 하지 않으면 경제가 안 돌아갈 것 같다는 착각을 하는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지적에 유 의원은 “김 전 대표의 포용적 성장이나 정 전 총리의 동반성장은 저성장과 무너진 경제정의의 대안”이라고 공감대를 표하기도 했다.
경제정책 연대 성사되나
이날 토론회에는 정병국 바른정당 대표를 포함해 소속의원 14명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바른정당이 창당 이후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를 고리로 새로운 연대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른정당이 정 전 총리에게 입당을 제의한데 대해서는 “(정 전 총리께서) 아직 거취를 정하신게 아니라서 말씀을 좀 들어봐야한다”며 “제가 너무 앞서가서 말하는 것은 결례”라며 여지를 남겼다. 정 전 총리도 고민하는 모습이다. 그는 “오늘 모임은 정치적 의미는 하나도 없다”면서도 “거취결정을 빨리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3일 열리는 동반성장국가혁신포럼 창립대회를 전후해 최종 결심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동안 국민의당이 선택지로 유력했으나, 바른정당도 대안으로 검토중이다.
김 전 대표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계속 유지했다. 그는 토론회 직후 “경제를 고리로 무슨 연대를 하냐”면서도 “거취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는게 예의”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의 이러한 발언은 계속 해석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정치적인 선택을 미룬채 외연을 넓히는 모습이 오히려 선택을 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얘기이다. 최근까지는 개헌을 고리로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만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도 김 전 대표의 ‘제3지대 빅텐트 참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는 이날 토론회에서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수치를 얘기하는데 그 같은 목표를 달성하리라 믿는 사람이 없다”며 “노동시간을 줄여 공공분야 일자리를 늘리겠다는데 소득감소는 무엇으로 해결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최근 문 전 대표가 내놓은 ‘일자리 81만개’ 공약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