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더 단출해지는 장바구니…"김장 어떻게 하나요"

고물가 마트 풍경 "비싸니 여러 개 못사고 하나씩 사"
"계란 한판·무 하나에 1만원 훌쩍…우윳값도 올랐다며" 넋두리도
고춧가루·생강 고공행진에 배추 급등세…김장 어쩌나
"작황 부진에 생산비 증가까지 고물가 이어질듯" 암울한 전망
  • 등록 2023-10-05 오후 7:21:38

    수정 2023-10-06 오전 9:50:53

[이데일리 남궁민관 김미영 기자] “뭘 사려고 해도 다 비싸니 간단하게 카레라도 해먹을까 했는데 당근이랑 감자도 비싸서 망설여지네요.”

(그래픽=김일환 기자)
살인적 고물가 속 추석을 보낸 소비자들의 장바구니가 명절 이후에도 가벼워지고 있다.

5일 오전 서울 강서구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70대 김 모씨는 제법 긴 시간 고민 끝에 당근 하나를 집어들며 이같이 말했다. “안오른게 없이 비싸니 마트에 와도 여러 개 못 사고 하나씩 사게 된다”며 단출한 장바구니를 보여주더니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리를 떴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로 작년 같은 달보다 3.7% 올랐다. 지난 4월(3.7%)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로 농산물이 작년 같은 달 대비 무려 7.2% 급등한 영향이 컸다.

김씨뿐 아니라 이날 이곳 대형마트에서 마주한 소비자들은 농산물 등 한껏 오른 식자재에 지갑 열기를 주저했다.

추석 직전 장을 본 뒤 한동안 허리띠를 졸라맸다는 70대 박 모씨도 “안 먹고 살 수 없으니 오랜만에 장을 보러 나왔는데 가격표를 보고 걱정만 늘었다”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어 “갈비탕에 넣어 먹으려고 계란 한판에 무 하나 샀더니만 벌써 1만원이 넘었다. 우윳값도 올랐다며”라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이미 공산품의 가격인상은 시작했다. 오비맥주는 오는 11일부터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제품의 공장 출고가격을 평균 6.9% 인상키로 했다.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등 다른 주류회사의 가격인상 계획은 없지만 맥주를 비롯해 소주 가격 연쇄 인상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추석을 지나 겨울 김장철이 다가오면서 현재의 고물가 현상이 이어질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다. 농산물 매대 앞으로 상당수 소비자들이 배추와 부추, 무 등을 살피는 모습이 눈에 띄었지만 대부분의 장바구니엔 1~2개만 담겼다. 딸과 함께 마트를 찾은 60대 이 모씨는 “추석 전에 김치 세 포기를 담궈 아들 집에 나눠줬다. 다시 김장을 하러 배추랑 열무, 무를 사러 왔는데 추석 전보다 더 비싸진 것 같다”며 이내 돌아섰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실제로 김장 관련 농수산물 가격은 이미 고공행진 중으로 김장철이 다가올수록 이같은 상황은 심해질 것이라는 게 유통업계 중론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aT KAMIS)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열무(1㎏)의 평균 소개가격은 작년보다 49.5% 오른 3991원, 생강(1㎏)은 118.1% 오른 1만9035원, 고춧가루(국산·1㎏)는 16.3% 오른 3만6721원으로 고물가를 체감케 하고 있다. 여기에 굵은 소금(5㎏)마저 작년보다 25.9% 오른 1만4100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배추(1포기) 역시 7074원으로 한 달 전(5582원)보다 무려 26.7%나 급등했다. 고물가 시대가 본격화된 1년 전(8176원)보다는 아직 낮은 가격대이지만 오름세가 가파르다는 게 문제다.

수확기를 맞은 쌀과 제철과일마저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키우고 있다. 쌀(20㎏)은 5만6258원으로 1년 전(4만7478원)보다 18.5% 올랐고 같은 기간 사과(홍로·10개)는 44.7% 오른 3만3720원, 배(신고·10개)는 8.6% 오른 3만4720원을 기록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최근 농산물 가격 상승은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과 함께 기름값 및 인건비 등 제반비용 상승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며 “배추의 경우 이미 고물가 영향으로 수요 자체가 많지 않다. 고비용에 재배를 포기한 농가들로 공급이 더 부족해 김장철까지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청사에서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이달 말 관계부처 합동으로 김장 재료 수급안정대책을 마련하고 배추·무 할인 지원, 정부 공급 확대를 통해 서민 김장 부담을 덜어드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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