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전력·가스 민영화 불가"..산업부와 곳곳 충돌(종합)

첫 국회 산업위 업무보고..시작부터 야당과 갑론을박
"전력·가스개방 민영화" Vs "소비자선택 다양화"
신고리 5·6호기 승인 여부 놓고 "불가" Vs "빨리"
하반기 로드맵 발표 앞두고 에너지정책 가시밭길
  • 등록 2016-06-23 오후 9:27:41

    수정 2016-06-23 오후 9:27:41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시작부터 갑론을박이 한창 벌어졌다. 여소야대 국회 첫 업무보고에서 야당과 정부는 에너지정책을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전력·가스시장 개방, 석탄공사 구조조정, 원전·석탄화력 발전소 건설 등 민감한 현안에서 입장 차만 확인했다. 하반기 에너지정책 집행 과정에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첫 업무보고에서는 정부의 ‘에너지 분야 기능조정 방안’을 놓고 첨예한 논쟁이 벌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는 지난 14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워크숍에서 △전력·가스시장의 민간 개방 △한국수력원자력, 발전 5사 등 8개 공공기관의 상장 △대한석탄공사의 감산·정원 감축 등을 골자로 한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구체적인 로드맵이 발표돼 시행될 예정이다.

전력·가스개방? “누가 봐도 민영화” Vs “소비자선택 다양화”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위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산업부가 이날 업무보고에서 이를 재확인하자 야당 측에서 즉각 반대 입장을 표명, 양측의 공방전이 시작됐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력시장 개방·발전사 상장을 놓고 “2011년 도쿄 전력이 민영화 된 이후 후쿠시마 사태를 축소·은폐하는 비도덕적 행태가 문제가 됐다. (민영화 되면) 전기요금만 인상될 뿐”이라며 “합리적으로 생각할 때 정부 정책이 납득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야당 의원들이 ‘민영화 우려’를 잇따라 제기하자 주형환 장관은 “민간에 (지분)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경영효율과 투명성을 제고하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라며 “민영화가 아니라 소비자 선택을 다양화 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윤한홍 새누리당 의원도 “누가 봐도 민영화로 보일 소지가 있다”며 “가격 인하 등 국민에게 주는 실증적인 효과를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막연하게 개방을 한다고 하니 조금 걱정된다. ‘민영화로 전기요금 오른다’는 괴담이 만들어지면 상당히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력시장을 개방해도 가격 인하나 시장경쟁 활성화 효과가 작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최연혜 새누리당 의원은 “전력시장을 개방했으나 플레이어(업체)가 늘지 않는 (해외) 통계를 봤다”며 “소비자 입장에서 업체 간 몇 천원 정도 밖에 비용 차이가 나지 않으면 시장을 개방해도 한전 전력을 계속 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스시장 개방에 따른 요금 전망도 엇갈렸다. 이훈 더민주 의원은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LNG 요금이 낮은데 판매시장을 개방하면 요금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시장개방 관련)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충분히 공감대가 있을 때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주 장관은 “스페인, 미국, 영국도 경쟁체제를 도입하면 가스 가격이 인하됐다”며 “가스공사와 민간의 경쟁을 확대해 도입단가를 낮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고리 5·6호기 승인 놓고 갑론을박..野 “원전 현안보고 추진”

원전 건설을 놓고도 입장 차가 분명했다. 특히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이날 신고리 5·6호기의 건설허가안을 재심의했기 때문에 관심이 더욱 증폭됐다. 주형환 장관은 “원안위가 (원전) 다수호기가 한 단지에 집적돼 있을 때 안전성 문제를 충분히 심사했다”며 “신고리 5·6호기를 조속히 착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재호(부산 남구을) 더민주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 30km 이내에 17만명이 거주했지만 신고리 5·6호기 부근 거주자는 380만명에 달한다”며 “중대 사고가 발생하면 국가 대붕괴까지 올 수 있다. 신고리 원전을 굳이 강행할 경우 부산 시민 전체가 엄청나게 반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원식 더민주 의원은 “건설허가도 받기 전에 이미 신고리 5·6호기 건설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불법 착공을 주장하기도 했다. 우 의원이 공개한 ‘공사계약 현황’에 따르면 주설비공사 등 총 61건, 1조 7802억원 계약이 이미 체결됐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원자력안전법에서 규제하지 않는 공사는 진행이 가능하다”며 “위법 사항이 없다”고 해명했다.

야당 의원들이 신고리 5·6호기 문제를 잇따라 지적하자 국회 산업위는 원전 관련 별도의 현안보고를 받기로 했다. 장 위원장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에너지기본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 등 에너지 수요관리 관련 정책, 신고리 5·6호기의 조기 착공 문제의 법적 측면과 관련한 별도의 현안보고를 받겠다”고 말했다. 원안위는 이날 저녁 ‘신고리 5·6호기 건설허가(안)’을 의결, 원전 건설을 승인했다.

송기헌(원주시 을) 더민주 의원은 석탄공사 구조조정과 관련해 “석탄공사와 관련된 지역 서민들이 굉장히 많다”며 “폐광을 하는 게 아니라 다른 부분으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 장관은 “중장기적으로 지역경제의 자립을 고민하겠다”고 약속했다. 올 하반기 감산·정원 감축을 놓고 노사 협의가 진행되면 폐광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 대다수는 에너지정책의 방향성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방법론에선 이견을 보였다. 김규환 의원은 “내년이면 테슬라가 국내에 진출할 텐데 국내 전기차 산업이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며 “관련 부처, 부서를 통폐합해 주도적으로 신산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 장관은 “부처 통폐합보다는 고유 영역을 유지하되, 전기차 육성 정책은 산업부가 중심이 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며 “7월 초 발표하는 에너지신산업 발전 대책에 전기차 보급 확대 및 육성, 관계부처 협의 내용을 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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