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던 국제유가가 80달러대까지 하락하는 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 수준을 회복했다. 국제유가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유가와 관련성이 높은 기업 주가 움직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단기 하락에도 지난해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국제유가와 엇갈리는 업종별 실적 전망으로 인해 유가 하락에 따른 수혜주와 피해주 주가 흐름이 과거처럼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는 모습이다.
| [이데일리 김다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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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현대중공업(329180)(1.52%),
삼성중공업(010140)(1.21%),
현대미포조선(010620)(3.43%) 등 조선주는 전 거래일 대비 동반으로 강세를 보였다. 반면
대한항공(003490)(0.39%),
아시아나항공(020560)(0.33%),
티웨이항공(091810)(1.22%) 등은 나란히 하락했다. 국제유가 하락에도 수혜주인 항공주는 약세를 보이고 피해주인 조선주는 강세를 보이는 등 통상적인 움직임과는 반대되는 흐름을 보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항공주는 국제유가 하락 수혜주, 조선주는 유가 하락에 따른 피해주로 구분된다. 항공주는 연료비 하락으로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지만 조선주는 유가 하락에 따른 글로벌 석유업체 실적 악화의 영향을 받아 발주 감소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한 상반기만 해도 코스피 대비 상대수익률 상위주로 조선(34.6%포인트 상회), 상사·자본재(20.2%포인트 상회), 에너지(15.6%포인트 상회) 등이 올랐다. 모두 유가 상승 수혜주로 분류되는 업종이다.
하지만 7월부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하회하며 완연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뚜렷하게 수혜주와 피해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조선주는 7월부터 우상향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고, 항공주는 부진한 모습이다. 9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5일(현지시간) 배럴당 89.01달러를 기록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영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100달러 수준에서 90달러 수준으로 하락한 것도 낙폭이 큰 것이긴 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면서 “한 달 만에 단기적으로 유가가 하락했다고 해도 작년에 워낙 낮았던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현재도 유가는 낮은 수준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적에 대한 전망도 유가 관련주 흐름을 가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항공 업체들은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화물 피크아웃(정점이후 하락)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조선 업체들은 2분기 적자폭이 크게 줄어든 실적을 발표하면서 하반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항공사의 경우 지금은 좋더라도 내년 공급망 문제가 해결되는 상황에서도 계속 높은 운임 수준을 이어갈 수 있느냐에 대한 피크 아웃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반면 조선은 재고가 많이 쌓여있는 상황이다보니 과거처럼 유가 하락이 경기 침체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지기보다 오히려 회전율 상승으로 내년 실적 개선으로 확실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하반기 국제유가 강세장 종료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이를 활용한 투자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 투자자라면 유럽 에너지 난방 수요가 급증할 3분기 말~4분기 초 직전까지 유가 하향 안정화 재료를 포트폴리오 전략에 고려해야 한다”면서 “과거 공급측 유가 상승 요인 약화 시 수익률이 높았던 성장주, 정보기술(IT) 업종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