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반기문 피선거권 있다” vs 법조계 “애석하게도 자격 없다”

선관위, 5년 이상 국내 거주 사실만 있다면 출마 가능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거주하고 있는’ 규정은 현재진행형
  • 등록 2017-01-13 오후 6:07:24

    수정 2017-01-13 오후 6:48:42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3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대통령 피선거권 논란과 관련해 국내 계속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대통령 피선거권이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렸으나 법조계에서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 나와 앞으로도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관위는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안내문을 보내 “선거법 등을 종합해 볼 때 선거일 현재 5년 이상의 기간을 국내에 거주한 사실이 있는 40세 이상의 국민은 국내에 계속 거주와 관계없이 대통령의 피선거권이 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이어 “제19대 대통령선거일까지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한 사실이 있다면, 공무 외국 파견 또는 국내에 주소를 두고 일정 기간 외국에 체류 여부를 불문하고 피선거권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16조1항은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40세 이상의 국민은 대통령의 피선거권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공무로 외국에 파견된 기간과 국내에 주소를 두고 일정기간 외국에 체류한 기간은 국내 거주기간으로 본다고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국내 거주 5년 연속성 요건 충족하지 않는 반 전 총장 피선거권 없어 = 이 규정은 국회가 지난 1996년 7월 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정치관계법 전반의 개정사항을 검토한 뒤 12월 위원회 대안을 마련해 통과시킨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에 포함된 내용으로, 그 전에는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 거주 조항이 없었다. 1996년까지만 해도 40세 이상의 국민은 무조건 대통령 피선거권이 있었다. 헌법도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는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이전 헌법과 대통령선거법에는 현행 공직선거법처럼 국내거주 조항이 존재했다. 5.16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전 대통령 때부터 5공화국 전두환 정권까지 선거일 현재 계속하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40세에 달해야 대통령에 선출될 수 있었다. 단 공무로 외국에 파견된 기간은 국내 거주기간으로 포함시켰다. 현행 공직선거법과 비슷한 내용이다.

그런데 선관위는 현행 공직선거법의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조항을 선거일 현재 5년 이상의 기간을 국내에 거주한 사실이 있는 내용으로 해석했다. 선관위가 관련 규정상 반 전 총장의 대선 출마가 가능하다고 했지만, 논란이 완전히 불식될 것 같지 않다.

시군구 선거관리위원장을 3번이나 역임한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출신 임호영 변호사는 “(반 총장은)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이 법률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현행 공직선거법 제16조제1항 해석상 애석하게도 그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다”며 “이 조항에서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부분을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한’의 의미로 해석해 반 총장이 대통령 피선거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거주하고 있는’은 현재진행형으로서 ‘계속하여 거주한’의 의미라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 변호사는 이어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계속하여 거주한 국민’에 해당하지 않는, 즉 ‘국내 거주의 5년 이상 연속성’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반 총장은 피선거권이 없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 10년 만에 사당동 주민센터 방문해 주소 등록 = 선관위는 개정 헌법(1987년)과 개정 대통령 선거법(1987년)에서 ‘계속 국내 거주’ 요건은 삭제됐으며,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1997년)에서만 ‘계속 국내 거주’를 지방선거의 피선거권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1997년 12월 18일 실시한 제15대 대선에서 1993년 영국으로 출국해 1년간 체류한 김대중 후보자의 피선거권에도 거주요건을 제한하지 않았다고 부연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공직선거법 제16조3항의 지방선거 피선거권과 관련해 ‘선거일 현재 계속하여 60일 이상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주민으로서 25세 이상의 국민은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의 피선거권이 있다’고 한 규정과 대통령 피선거권의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요건은 모두 연속성을 규정한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임 변호사는 “이 조항에서 ‘계속하여’라는 수사가 붙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은 현재 진행형이 아니라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한’과 마찬가지로 현재의 상태를 나타내는 표현이기 때문에 ‘계속하여’를 붙임으로써 ‘주민등록의 60일 이상 연속성’ 요건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할 것”이라며 “제16조1항의 대통령 피선거권에서 국내 거주 요건과 제3항의 지방의회의원 등의 피선거권에서 주민등록 요건 모두 연속성을 반드시 필요로 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전자에서 ‘계속하여’라는 수사가 없는데 반해 후자에서는 그러한 수사가 있다는 이유로 양자를 달리 해석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1993년 영국에 1년간 체류했으나, 국내에 주소를 두고 외국에 체류한 경우에 해당돼 공직선거법상 국내 거주기간으로 간주돼 대통령 선거 출마에 문제가 없었다. 반 전 총장은 13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 주민센터를 방문해 주소 등록을 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0년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직하는 기간 동안 미국 뉴욕에 주소지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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