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임차인, 우선매수권에도 부도공공임대 낙찰 '전무'

2010년 이후 1340건중 낙찰 '0'건
입지 안좋은 곳 비인기 주택인데다
고가 낙찰 우려·추가 자금투입 부담
"사실상 특혜임에도 실효성 의문"
  • 등록 2023-05-03 오후 6:16:09

    수정 2023-05-03 오후 7:34:26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정부가 우선매수권을 부여한 ‘부도공공임대주택’ 경매에서 임차인이 낙찰받은 건수가 ‘0’인 것으로 나타났다. 빌라왕·건축왕 등 전세사기 피해자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낙찰받길 원하면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했지만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3일 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부도공공임대주택 경매 1340건중에서 임차인이 낙찰받은 건수는 0건이었다. LH가 낙찰받은 건수는 322건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지난 1월과 2월 진행된 경북 경주시 현곡면 금장리 한 부도공공임대주택은 경매로 올라온 89건 중에 임차인이 낙찰받은 건수는 없었다. 이중 LH가 72건을 낙찰받았고 나머지는 다른 응찰자가 받아갔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07년 ‘부도공공임대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시행해 임차인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해 최고 낙찰가에 매수할 수 있도록 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우선매수권 부여가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앞서 정부가 시행했던 부도공공건설임대주택 사례에서 우선매수권 행사 비율이 낮았다는 점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정부는 전세사기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자 ‘부도공공임대주택’사례처럼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낙찰받길 원하는 임차인들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공유지분자 우선매수권 제도를 준용해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우선권을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임차인이 주택을 낙찰받을 때 관련 세금을 감면하고, 낙찰받을 여력이 부족한 경우 장기 저리 융자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그렇지만 낙찰가가 시세보다 20~30% 낮은 수준이라도 결국 빚을 늘려 집을 사야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는 비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 주택이 대부분 수도권 외곽지 빌라나 오피스텔 다세대주택이기 때문에 환금성이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할 대목이다. 최근 집값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자칫 고액의 대출과 이자를 부담하고도 집값이 하락해 추가 손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입지가 좋은 곳은 응찰자가 많아 낙찰가가 높아지면 시세보다 비싸게 살 여지도 있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전세사기 피해주택 입지가 대부분 외곽지인데다 주거환금성이 떨어지는 오피스텔, 연립다세대, 나 홀로 아파트 등이어서 임차인이 우선매수권을 활발히 사용할지는 의문이다”며 “임차인이 자금을 추가 투입해 사들여야 하는데 전세는 주거안정성이 중요하지만 집을 매수할 때는 시세차익을 고려할 수밖에 없어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 소장은 “경매 자체가 경쟁매매이기 때문에 입지가 좋거나 입찰가가 낮아지면 투자자가 들어온다. 만일 초역세권 인기 주택이라면 경쟁이 많아 시세와 비슷하거나 비싸게 매수를 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며 “부도공공임대주택 우선매수권이 사실상 특혜임에도 행사비율이 높지 않은 것은 그만큼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도 “임차인으로서는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상황에서 추가 대출을 받아 집을 매수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전세자금대출을 받았다면 경락자금 대출을 추가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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