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미국이 체결한 모든 자유무역 협정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재협상을 주장해왔다. 한미 FTA에 대해선 ‘미국 내 일자리를 좀먹는 조약’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국내 자동차 산업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미국은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가장 많은 수출을 하는 나라다. 특히 대미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대·기아차의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138만8000대를 판매했다. 이 중 54%인 75만대를 현지에서 생산했다. 나머지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한 46%의 차량에 대해선 관세가 높아질 수 있다. 관세가 높아지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현대차(005380)와 기아차 중에선 국내 생산 차량의 수출 비중이 높은 기아차의 충격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미국 판매량의 75%(57만3000대), 기아차는 46%(26만7000대)가 현지생산 물량이다.
기아차(000270)는 지난 9월 멕시코 공장을 준공하면서 대미 수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며 멕시코산 미국 수출 차량에 대해 35%의 과세 부과를 공언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면서 “변경되는 정책에 맞게 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수출 차종이 대부분 관세가 높지 않은 승용차라는 점에서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인기모델인 픽업트럭, 대형 SUV 등에 대해선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승용차에 대해선 0%의 관세를 물고 있다.
미국차의 수입 조건이 완화돼 판매가 늘어나면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내수 판매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미국에선 국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장벽에 대해 불만을 가져왔기 때문에 한미FTA 재협상 등을 통해 미국 차의 국내 수입을 현재보다 유리하게 바꿀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한 국내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미국차의 가격이 지금보다 더 싸지면 국내 시장에서의 판매량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 “안그래도 내수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차의 경쟁력이 좋아지면 내년 실적에 대한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