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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진상 규명과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한 이 자리에는 진보·보수가 따로 없었고 10대 청소년부터 60~70대 어르신들까지 세대와 계층을 아우른 시민들이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현 정부 불신의 차원을 넘어 대의 민주주의 자체에 대한 신뢰까지 송두리째 흔들어 버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깃발’ 대신 ‘촛불’로…주체로 나선 시민들
특정 사상이나 단체에 얽매이지 않은 시민들이 촛불집회에 주체적으로 나선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깃발’로 대변되던 집회 문화가 웹사이트의 발달로 현재의 촛불집회 문화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변환의 시작점은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2년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고(故) 신효순·심미선(당시 14세)양 추모 집회였다. 5000여명의 시민이 자발적으로 서울광장으로 모여들었다. 두 여중생을 숨지게 한 미군이 무죄 판결을 받은 데 분노한 시민들은 무기력한 정부를 비난했다.
세대·정치 성향 불문…민주주의 신뢰 송두리째 흔들려
‘최순실 게이트’를 규탄하는 촛불집회는 성격이 또 다르다는 분석이다.
2030청년들은 잃어버린 희망에 분노해서, 민주화 세대는 피로 일군 민주주의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던 중장년층은 배신감 탓에 거리로 나섰다는 얘기다. 보수와 진보 등 정치 성향에 관계없이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도 이전과 구별되는 점이다.
이런 특징은 지난 주말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의 목소리에서도 묻어났다. 촛불집회에 처음 나왔다는 자영업자 윤모(61)씨는 “그간 집회는 운동권들이나 나가는 곳이라고 생각해왔다”며 “대통령의 결정을 나름의 정치 철학으로 여기며 존중해왔는데 ‘비선 실세’라는 개인이 내린 독단적 결정이었다는 사실에 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민주사회의 일원’이란 자긍심이 무너지면서 시민들이 분노를 쏟아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광우병 사태와 세월호 참사 등을 겪으며 국가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지 오래”라며 “선거로 지도자를 뽑는 과정을 통해 ‘민주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자긍심을 유지해 왔는데 이번 국정농단 사태는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까지 송두리째 흔들려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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