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방통위에 대리인(김앤장 법률사무소)을 통하지 않고 본사 임원이 직접 방통위에 자사 입장을 설명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힐 정도로 방통위 재정(분쟁 조정)에 관심을 보였지만, 결국 방통위를 건너 띄고 소송으로 갔기 때문이다.
방통위에 양해 구했다는 넷플릭스
넷플릭스 관계자는 14일 “방통위 재정에 성실하게 임했다”면서 “의견서를 주고 받았지만 SK브로드밴드와 간극이 좁혀지지 않아 부득이 사법적 판단이 필요해 어제 소송을 제기했다. 방통위에도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에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지급할 망 사용료가 없다는 걸 법원이 인정해 달라는 취지다.
본사 임원 설명까지 요구했다가.. 방통위 패싱으로 전략 바꿔
하지만 이 같은 설명은 의문이 남는다. ‘우리는 콘텐츠 제공업체(CP)여서 트래픽(데이터전송량)이 아무리 늘어도 통신사에 망 증설 비용(국내외 회선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넷플릭스 주장은 예전과 달라진 게 없는데, 지난해 11월에는 방통위 중재에 응했다가 갑자기 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게다가 넷플릭스의 요청으로 방통위는 넷플릭스 본사 임원과의 화상회의까지 추진했던 상황이었다. 코로나19로 입국이 여의치 않아 화상회의가 되는 장소를 물색하던 상황이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소송을 제기한 만큼 일단 재정 절차가 중단돼 별도의 콜(본사 임원과 방통위간 화상회의)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비록 소를 진행하게 됐지만,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공동의 소비자를 위해 노력할 것이며 협력 방안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규제 전문기관 중재안 부담스러운듯
방통위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국내 법률·학계·전기통신분야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중재안(재정안)을 만들고 있었는데, 넷플릭스로서는 통신규제 전문기관의 중재안이 나오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보고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전문 행정기구인 방통위의 중재안은 법정에서도 핵심적인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통신분쟁조정 신청이 접수돼 방통위의 재정 절차가 진행되는 와중에 한 사업자가 소송으로 방향을 튼 일은 이례적이다.방통위 관계자는 “통상 분쟁조정 사건에서 재정안이 나와도 양측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송으로 가는데 이번 건처럼 중간에 소송을 제기한 일은 거의 없다”면서 “법적인 재정 기일(5월 말)을 얼마 안 남긴 상황이어서 재정안 실무안이 나오는 등 진도가 많이 나간 상태였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소송 당일인 13일에야 넷플릭스 측으로부터 소송 사실을 전해 들었으며 아직 중재 중지에 대해 공문을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에 보내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