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馬)을 경영에 도입한 엘리베이터 장인

김기영 송산특수엘리베이터 대표 인터뷰
오티스서 승승장구…승진 기회 뿌리치고 94년 창업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방지·300인승 엘리베이터 등 혁신기술 보유
클래식 승마 박사학위 받은 승마 전문가…승마 문화 확산 기대
  • 등록 2015-11-16 오후 4:18:36

    수정 2015-11-16 오후 11:26:15

[안산=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세계 굴지의 엘리베이터 회사 오티스에서 20대 후반 나이에 수십명의 연구원을 이끌고 아태지역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이사에 오르는 등 승승장구했다. 이 청년은 30대 중반에 갑자기 오티스를 떠나 특수 엘리베이터 제조업체를 설립하고 험난한 사업가의 길로 들었다.

장애인·산업용 특수엘리베이터를 만드는 송산특수엘리베이터를 이끄는 김기영(55·사진) 대표 이야기다.

지난 13일 경기도 안산의 베르아델 승마클럽에서 만난 김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성적이 우수했지만 가세가 갑자기 기울어 충남 기계공고에 진학했다”며 “이 때부터 엘리베이터와 관련된 서적을 탐독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송산특수엘리베이터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2002년에는 세계 최대 규모인 지하 350m 경사형 48인승 셔틀을 제작해 비무장지대(DMZ) 제3땅굴에 성공적으로 설치했다.

2009년에는 세계 최초 비상구조용 엘리베이터인 ‘엑스베이터(X-Vator)’를 발명했다. 이 제품은 건물 화재 발생시 연기에 의한 2차 사고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서 탄생했다. 기존 엘리베이터와 달리 엑스베이터에는 화재로 인한 연기 등이 유입되지 않아 연기에 의한 질식사를 막을 수 있다.

올해 1월에는 대형선박이나 해양플랜트 건조현장에 적용하는 300인승 ‘골리앗 엘리베이터’를 만들어 현대중공업(009540), 엑슨모빌 등에 납품했다.

현재까지는 두바이공항에 있는 100인승 엘리베이터가 제일 큰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제품은 탑승 인원이 3배가 넘는다.

김 대표는 “조선소 현장의 문제점 중 하나는 엘리베이터가 작아서 대규모 인원을 동시에 작업현장에 투입하지 못해 업무 효율성이 떨어졌다는 점”이라며 “골리앗 엘리베이터는 눈이나 비가 와도 60m 구간을 엘리베이터로 이동할 수 있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기영 송산특수엘리베이터 대표는 300인승 초대형 엘리베이터, 비상구난용 엘리베이터 등 특수 엘리베이터 분야의 최고 기술력을 통해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사진= 중소기업중앙회
창업 이후 기술과 제품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던 송산특수엘리베이터는 지난해부터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3년 62억원에 불과했던 회사 매출은 지난해 94억원까지 늘어났고 올해는 2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8년까지는 500억의 매출 돌파를 자신했다.

김 대표는 “골리앗 엘리베이터를 조만간 인도에 수출하는 등 올해 들어서 해외수출실적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것이 이유”라고 설명했다. 내년부터는 남미지역 수출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승마 예찬론자다.

그는 “엘리베이터 업계에 종사하면서 얻은 아이디어는 모두 말 위에서 얻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말을 타고 있으면 집중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전했다.

김 대표는 승마와 관련해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다. 이후 경희대에서 ‘클래식 승마 글로벌 리더과정’이라는 과목을 개설해 강의까지 하고 있다. 그는 승마를 단순히 취미생활에 국한하지 않고 있다. 엘리베이터 사업과 함께 집중 육성할 사업 아이템으로 꼽았다.

지난 2005년 안산에 ‘베르아델 승마클럽’을 설립한 것도 그 이유다. 그는 “승마클럽 CI를 보면 말 갈기의 숫자가 7개”라며 “이는 전국에 7개의 승마클럽을 만들어 승마의 대중화를 만들겠다는 의지”라고 전했다. 이어 “자사의 엘리베이터를 수출하는 중동지역과 러시아에도 승마클럽을 수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는 한국엘리베이터협회장에 취임해 업계 발전을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의원 입법으로 발의한 ‘승강기시설 안전관리법 개정안’은 승강기안전산업협회라는 새로운 단체를 설립하기 위한 법안에 불과하다”며 “새로운 협회가 설립되면 엘리베이터업계의 분열 설립을 지원하 근거를 담고 있다”며 “이 법률은 기존 승강기 관련 단체들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업계 관련 교육, 조사, 실적, 분쟁조정 등의 기능을 외국처럼 한국엘리베이터협회에 부여해 안전과 산업의 문제가 개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료= 한국기업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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