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봐 줄게'…돈 요구하고 성추행한 경찰 영장

  • 등록 2015-06-01 오후 10:55:13

    수정 2015-06-01 오후 10:55:13

[이데일리 뉴스속보팀] 심야에 도심 도로에서 술을 마신 채 불법유턴을 한 여성을 경찰서로 데리고 가 강제추행한 경찰관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이 경찰관은 피해 여성에게 음주운전을 무마하는 대가로 수백만원의 뒷돈을 요구하고, 음주측정기를 대신 불어 준 혐의도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뇌물요구와 강제추행 혐의로 김모(48) 경위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일 밝혔다.

강남경찰서 교통과 소속인 김 경위는 지난달 16일 오전 3시 15분께 강남구 청담동의 한 대형호텔 앞 도로에서 외제차를 불법 유턴한 여성 디자이너 A(33)씨를 적발했다.

A씨는 동창들과 술을 마신 뒤 다른 장소로 이동하다 단속에 걸렸다.

김 경위는 차 안에서 술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차량을 대신 몰아 삼성동 강남경찰서로 A씨를 데리고 갔다. 음주측정 전 경찰서 7층 교통정보센터에서 물을 마신 A씨는 화장실에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김 경위의 허락을 얻어 용변을 마친 A씨가 선처를 호소한 것이 화근이었다.

김 경위에게는 이 과정에서 단속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A씨에게 500만원을 요구한 혐의와 음주측정기를 대신 부는 수법으로 결과를 조작한 혐의도 있다.

성추행 직후 이뤄진 음주측정에서 A씨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13%로 나타나 당일 오전 4시께 훈방됐다. 도로교통법은 알코올 농도 0.05% 이상인 음주 운전자만 운전면허 정지나 취소의 처벌을 하도록 규정한다.

이에 따라 A씨에게는 6만∼7만원 수준인 불법유턴 범칙금만 부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는 경찰에서 “김 경위가 가그린을 입술과 앞니에 묻히고 비상계단에서 대신 측정기를 불었고, 사무실로 돌아와서는 부는 척만 하도록 한 뒤 훈방 처리했다”고 진술했다.

김 경위는 신체접촉 사실은 시인했으나 뇌물요구와 음주측정 조작 혐의는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500만원을 달라고 한 것이 아니라 벌금이 500만원 가량 나올 수 있다고 말한 것이고, 평소 쓰던 립밤을 묻힌 채 측정기를 부는 시범을 보인 것일 뿐이란 주장이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추행 당시 A씨는 겁에 질린 탓에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했을 수 있다”면서 “양쪽의 주장이 워낙 팽팽해 뇌물요구의 진위는 확실하지 않지만 비위 경찰관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따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그는 “음주측정 결과 조작 의혹과 관련해선 형법상 직무유기 또는 허위공문서 작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추가 수사해 범죄사실에 덧붙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경위는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경찰이 지난달 21일부터 내사에 착수한 사실을 알고 세 차례에 걸쳐 A씨에게 사과 등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경찰은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어 K경위를 중징계하는 한편 추가 피해가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여죄를 추궁할 방침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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