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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14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금리 인하 효과가 만병통치약이 아닌데 내수를 살리라는 요청은 과다한 주문’이라는 지적에 “굉장히 공감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내수 부진이 여러 구조적 요인에 의해 일어나고 있다고 봤다. 그는 “여러 구조적 요인도 같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고금리도 당연히 영향을 미쳤고 전체적으로 부채비율이 높은 것도 이유가 되기에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은에서 발표한 여러 구조조정 보고서들이 그런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지난해 저출산 분석과 수도권 집중 비판 보고서를 냈고 올해는 외국인 노동자 도입과 농산물 수입개방 관련 연구, 입시 제도 개편 관련 연구 등을 발표했다.
이 총재는 금리 정책도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금리를 큰 폭으로 내린다면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이 한은이 미국처럼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하지 못한 이유를 묻자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조금 낮추고 그것이 금융안정에 주는 영향을 본 다음에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 총재는 ‘피벗’(pivot·통화정책방향 전환)이 늦어 정책 효과가 미미하다는 ‘정책 실기’ 비판엔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상승세를 고려해야만 했다고 전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하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7월부터 금리 인하를 고민했지만, 당시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가계부채 증가 속도도 빨라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기 위해 쉬었다가 내린 것”이라며 “(금리 인하로) 성장률만 올리는 게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좋은 것인지, 경기와 금융안정 중 어디에 방점을 주느냐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 연기 등 정부의 대출 관리 정책이 늦어 집값이 뛰고 피벗도 늦어진 게 아니냐는 지적엔 “올해 상반기까지 거시경제금융회의(F4 회의) 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를 어떻게든 안정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면서도 “부동산 가격이나 가계부채가 올라가는 시점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은 올바른 지적”이라고 답했다.
이날 국정감사에선 입시 제도와 관련한 지적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한은이 지난 8월 ‘지역별 비례선발제’ 등 입시제도 개선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역별 비례선발제와 관련해 서울대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는 지적에 “대학이 한 지역에 있는 사람 말고 여러 지역에 있는 사람을 뽑는다는 생각만 가지면 이 제도는 변할 수 있다”며 “왜 우리만 꼭 성적순으로 뽑아야 하는지 인식만 바꾸면 할 수 있기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은이 주장하는 것은 비정상을 정상화하자는 것”이라며 “전 세계 어디에도 어느 대학이 한 지역에 있는 사람만 많이 뽑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총재는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의 ‘금융중개지원대출 확대’ 관련 질의에 “원칙적으로 어려운 계층을 도와주거나 어려운 부분을 도와주는 것은 재정정책이 할 일”이라면서도 “확대는 안 하더라도 지금 상황은 유지하면서 조절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