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위해 일한게 죄냐" 비리로 법정 선 강만수의 항변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 공판준비기일에 출석해 억울함 호소
강 전 행장 "사실관계 몰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
檢 "압수물 돌려주고 강전 행장이 산은 등에서 수사 내용 파악"
  • 등록 2016-12-20 오후 5:25:39

    수정 2016-12-20 오후 5:25:39

대우조선 투자 압력 의혹을 받는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 지난 30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법정에 선 ‘MB 최측근’ 강만수(71) 전 산업은행장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강 전 행장은 각종 비리 혐의로 선 법정에서 평생 조국에 몸바쳐 일했을 뿐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남성민)는 20일 오전 11시 대우조선해양(042660)에 알력을 행사해 지인에게 특혜를 준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등으로 구속 기소된 강 전 행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형사재판은 준비기일에 피고인이 불출석 사유서를 내면 법정에 오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날 강 전 행장은 법정에 출석해 스스로를직접 변호했다.

강 전 행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산업은행을 세계 50대 은행으로 키우라는 임무를 받고 산업은행으로 갔다”라며 “대통령이 지시한 과제에 매달려 있느니라 대우조선해양에는 신경쓸 여력이 1%도 안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때 기재부 차관이었고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기재부 장관으로서 온몸을 부딪히며 조국을 위해 일했다”라며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고 부정한 돈을 받지 않은 채 평생을 살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사실 관계(본인의 범죄 혐의)를 제대로 몰라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지 모르겠다”라며 “평생을 바친 조국을 한번 더 생각하게 되고 통곡하고 싶다는 말 외에는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날 법정에 출석한 검찰 관계자는 “강 전 행장이 앞서 방어권 보장 취지로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발언한 거 같다”면서도 “수사팀이 강 전 행장의 수첩 등 압수물을 돌려줬고 강 전 행장도 수사 초기부터 산은 등을 통해 수사 상황과 조사 내용 등을 모두 파악했다”라고 반박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행장은 지인 김모씨가 운영하는 신재생에너지 개발업체 바이올시스템즈에 지분투자와 연구·개발비로 합계 54억 원을 투자토록 대우조선해양에 압력을 넣었다. 또 대우조선해양 실무진 반대에도 2012년 2월 ‘해조류를 이용한 바이오에탄올 생산 기술개발’이라는 이 회사 연구개발 사업에 총 44억원을 지원했다.

강 전 행장은 대우조선해양이 시행한 수십억대 아파트 공사 하도급 공사를 포함해 약 50억대 일감을 몰아줬다는 혐의도 받는다. 대우조선해양은 강 전 행장 종친이 운영하는 중소건설사인 W사에 맡겼다. 강 전 행장은 산업은행 재직 당시 고교 동창인 임우근 회장이 운영하는 한성기업에 180억대 특혜 대출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는 삼 주 뒤 한 차례 더 준비기일을 연 뒤 본격적으로 재판에 돌입할 예정이다. 두 번째 공판 준비기일은 오는 1월12일 오후 4시 서울중앙지법 508호 법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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